아이 걱정 돼 직접 술 가르치는 부모…“오히려 위험으로 내모는 일”

입력 2018-01-31 14:32
게티이미지뱅크

“술은 부모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이 됐다.

부모는 미성년 자녀에게 직접 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이를 음주 관련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술김에’ 저지르는 실수나 범죄를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가 하면 ‘술’로 인한 인지·사고능력 부재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길이라고 판단하곤 한다. 또 부모와 함께 술을 마신다면 굳이 다른 장소에서는 음주를 즐기지 않을 것으로 믿기도 한다.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연구진은 이런 편견을 모두 깼다.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부모에게 술을 배운 10대는 다른 곳에서도 술을 마실 확률이 높았다. 또 술에 대한 책임감이 높아지지도 않아 폭음할 가능성도 높았다.

연구진은 12세 안팎 아이들 1900명이 18세가 될 때까지 6년간 추적해 관찰했다. 18세가 된 아이들 57%는 부모를 통해 술을 접했다. 전혀 술에 노출되지 않은 아이들은 20% 남짓에 불과했다.

부모와 함께 술을 마신 아이들은 1년 후 다른 사람과 부모가 없는 자리에서 술을 마실 가능성이 아예 술을 접하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2배나 높았다. 여기다 폭음할 가능성도 2배 높았다.

부모와 함께 술을 마셨다고 할 지라도 ‘미성년자가 술을 마셨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부모에게 음주를 배운 아이들은, 술을 ‘마시면 안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쉽게 접할 기회를 찾았고 더 많이 마셨다.

부모와 술자리를 아예 갖지 않은 아이들이 ‘부모 몰래’ 술을 접할 것이라는 오해도 풀렸다.

연구진은 “부모가 자식에게 술을 준다고 아이들이 술을 자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음주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고 경고했다. 또 “부모가 미성년 자식에게 술을 주는 것이 아이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위험으로 내모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