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파·민평당·바른정당, 안철수 ‘사퇴’에 복잡해진 계산

입력 2018-01-31 11:35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다음달 13일 통합 전당대회 이후 조건부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국민의당 중재파는 물론 중재파를 서로 품에 안으려는 민주평화당 창당파와 바른정당의 속셈도 복잡해졌다.

안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재를 위해 애써주시는 분들이 (통합에) 함께해준다면 2월 13일에 통합신당 창당을 완결시키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사퇴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통합 전대 후 사퇴하겠다는 것을 두고 결국 ‘조기 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평화당 창당파인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깎아내렸다. 박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중재파에게 유승민 대표와 공동대표를 제안한 것”이라며 “그러나 ‘리베이트 의혹 때 책임지고 뒤로 물러나 있던 때와는 다를 것이다. 직위와 관계없이 전면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은 것은 지방선거에서 선대위원장으로 전면에 서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마디로 중재파 유인책이며 지방선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눈가리고 아웅”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이 중재파 의원들을 합류시켜 교섭단체 달성을 노리는 상황이어서 안 대표의 사퇴 발언을 평가절하한 것이다.

국민의당 중재파도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조기 사퇴가 아닐 뿐더러 중재파 합류를 조건으로 내걸어 중재파의 결단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전혀 의미가 없다”며 “2월 13일은 통합 전당대회 아닌가. 통합을 결의해버리면 국민의당은 소멸되고 대표직도 소멸되는데 무슨 사퇴 개념이 있을 수 있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대파들과 될 수 있으면 쪼개지지 않으려고 우리가 중재하는 건데 이렇게 되면 쪼개지는 게 기정사실이 돼버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승용 전 원내대표도 “‘중재파가 함께 한다면’ 이라는 말은 반만 합류하면 사퇴를 안 하겠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중재파 의원들은 이날 중 모여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반면 통합 후 안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기를 원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안 대표의 발언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통합개혁신당 성공을 위해서 안 대표와 제가 같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왔고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조건부 사퇴 결정으로 유 대표도 함께 백의종군 해야 한다는 압박도 나올 수 있다.

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