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지방의 한 사림대 교수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60대인 교수는 20대 여제자에게 ‘취업상담’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함께 식사하며 술을 마신 뒤 “취했으니 데려다주겠다”면서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교수는 “제자가 많이 취해서 집에 데려다줬을 뿐 강제로 몸을 만지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자는 당시 집에 데려다둔 교수가 무서워 외투도 입지 않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밖으로 도망쳤다. 재판부는 이런 정황으로 미뤄 교수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목격자가 없는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일관된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전주지법 형사6단독 정윤현 판사는 교수 A(60)씨에게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40시간의 성폭력치료강의 수강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18일 오전 2시30분쯤 전북 전주 시내 원룸에서 술에 취한 여대생 B(23)씨의 신체 일부를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이날 취업상담을 해주겠다며 B씨와 함께 식사하다 술을 마신 뒤 B씨의 집에 데려다줬고, 이 과정에서 성추행이 벌어졌다. A씨는 "제자가 많이 취해서 집에 데려다 준 것 뿐이다. 강제로 몸을 만지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정 판사는 "당시 취업상담을 위해 담당교수인 피고인과 식사를 했던 피해자가 갑자기 피고인을 보고 무서워 외투를 입지 않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집 밖으로 도망칠 다른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달리 피고인을 무고할만한 정황을 찾을 수 없고,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해당 대학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A씨의 교수 직위를 해제했다. A씨는 이번 형량이 확정되면 교수직을 잃게 된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