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신종 환치기, 불법외환거래 적발만 '6400억'

입력 2018-01-31 10:40

가상화폐를 이용한 신종 환치기 등 불법외환거래 사범들이 관세청에 잇따라 적발됐다.

관세청은 '범정부 가상통화 관련 대책'의 일환으로 가상통화를 이용한 무등록외국환업무(환치기) 실태조사 및 가상통화 관련 불법 외환거래 차단을 위한 특별단속을 통해 현재까지 총 6375억원 상당의 외환 범죄를 적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주요 범죄유형은 ▲불법 환치기 4723억원(가상통화 이용 송금액은 118억원) ▲가상통화 구매목적으로 해외에 개설된 해외예금 미신고 1647억원 ▲가상통화 구매 목적으로 송금한 금액 중 일부를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은닉한 재산국외도피 5억원 등이다.

관세청은 '가상통화 이용 불법 환치기 단속 TF'를 조직, 가상통화를 이용한 불법 환치기나 마약·밀수 자금의 불법이동 등 불법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최근 중국의 가상통화에 대한 강력한 규제로 현금화가 불가능함에 따라 국내로 반입, 현금화한 후 환치기 등의 방법으로 불법 반출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가상통화 투기과열로 해외에서 비트코인 등을 구입하려는 불법외화 반출 시도가 높아진데 따른 조치다.

관세청에 적발된 불법외환거례 사례. 가상화폐 구매를 목적으로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비트코인 구매대금을 불법 송금하고 해외로 자금을 빼돌린 일당의 범죄 흐름도. 2018.01.31. 사진=관세청제공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환전영업자 A사는 일본에서 국내로 송금을 원하는 의뢰인을 모집해 현지에서 엔화자금을 수령받아 한국내 계좌로 송금한 뒤 송금의뢰자가 지정한 국내 수령인계좌로 이를 이체해 주는 수법으로 2013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537억원 상당의 무등록외국환업무(불법 환치기)를 해오다가 덜미를 잡혔다.

A사는 일본에서 모금한 자금을 자신들이 관리하는 국내계좌로 송금(439억원)하거나 일본에서 가상통화를 구매(98억원)해 국내로 전송·판매, 현금화하는 수법을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호주에 송금업체를 설립하고 한·호주간 무역대금 및 유학자금 등의 송금을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건네받아 한국과 호주에서 현지 화폐로 지급하는 수법으로 2013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총 4169억원 상당의 불법 환치기를 해오던 B씨 일당도 붙잡혔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한·호주간 환치기운영 과정에서 한국의 운영자금이 부족하게 되자 이를 보충키 위해 215억원을 불법 송금하고 이 중 3억원은 가상통화로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 현지에 페이퍼컴퍼니 설립, 비트코인 구매대금을 불법 송금하던 일당도 적발됐다.

C사는 비트코인을 구매할 목적으로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소프트웨어 구매 계약서를 작성, 은행에 제출해 2015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1647억원을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 계좌로 송금해 불법으로 해외예금한 뒤 비트코인을 구매해 오다가 관세청에 적발됐다.

이들은 또 가상통화 구매 과정에서 구매자금 중 5억원을 해외 페이퍼컴퍼니로 옮겨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적발사례 분석을 통해 기존에는 양국 간 환치기계좌에서 거래대금을 상호상계한 뒤 부족잔액이 발생할 시 이를 보충할 목적으로 불법적으로 휴대반출하거나 은행을 통해 송금해 왔으나 최근에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송금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관세청은 환전영업자가 환전업무 외에 불법으로 환치기 송금업을 하면서 가상통화를 이용해 송금하고 송금의뢰인으로부터 송금수수료를 받지 않고 가상통화 시세차익으로 수수료를 대신하는 신종 환치기 수법이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서 해외 가상통화 구매를 위한 은행송금이 어려워지자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 무역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근거로 가상통화 구매자금을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송금하는 신종수법이 적발됐다"며 "환전영업자 또는 가상통화 구매대행 업체 등에 대한 불법외환거래 및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 꼼꼼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