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스키 공동훈련 장소인 북한 마식령스키장에 선수들을 전세기로 보내려던 남측 계획이 무산될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성사됐다. 북한 입국 항공사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걸림돌이었다. 정부는 출발 예정일인 31일 아침까지 미국과 조율을 거듭해 결국 전세기편으로 선수단을 보내는 데 합의했다.
연합뉴스는 31일 아침 통일부 당국자를 인용해 "마식령스키장 방북과 관련한 미국과의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오늘 전세기를 이용한 방북은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약 1시간 뒤 통일부 당국자는 "제재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율이 완료됐고, 예정대로 오늘 오전 전세기로 방북키로 했다. 1박2일 간 공동훈련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 방북단은 전세기로 양양공항~갈마비행장(원산) 구간을 이동한 뒤 육로로 마식령스키장에 간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에 다녀온 선박과 비행기는 6개월간 미국 입항을 금지한다’는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이 제재의 적용을 받게 되면 국내 항공사가 방북단에 비행기를 제공할 경우 미국 노선 운항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미국과 ‘제재 예외’ 논의를 진행해 왔다.
남북이 다음달 4일 열기로 합의했던 금강산 공동 문화행사는 북한 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결국 무산됐다. 남북은 지난 17일 실무접촉에서 금강산 합동 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에 합의했고, 23~25일 우리 측 선발대가 방북해 현장 답사까지 마쳤다. 금강산 행사와 마식령스키장 훈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밝힌 ‘평화올림픽 구상’ 중 일부다.
북한은 29일 밤 금강산 행사 취소를 통보하면서 남측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이와 함께 남북 행사 준비 과정에서 불거진 대북 제재 위반 논란 등이 복합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열병식에 대한 남측 언론의 비판을 내정 간섭으로 인식하고, 여기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우리 정부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행사 취소 명분은 대외적인 사유일 뿐 실제로는 북한이 행사를 치를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북한으로 반입되는 유류를 차단한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금강산 지역에서 300명 이상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를 한 적이 많지 않다”며 “단기간에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부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북한이 (우리 측 제안을) 다 수용하고 하겠다고 했지만 준비하는 데 물리적인 부담이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