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국감 증인 채택 막아라” KT 임원들이 불법 후원금 보낸 이유

입력 2018-01-31 06:38

KT가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후원금을 보낸 정황을 포착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KT는 임원들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회삿돈을 개인 후원금처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황창규 KT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MBC는 KT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016년 가을 회사 임원들 40여명이 국회의원들에게 ‘상품권 깡’ 방식으로 불법 후원했다고 30일 보도했다.

KT 관계자는 MBC에 “보기 드물게 사장급 이하 임원 40여 명이 다 동원돼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며 “후원 자금은 회삿돈이었으며 고액 후원자의 경우 명단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그걸 피하기 위해 쪼개기를 했다” 말했다.

또 다른 KT 내부 인사도 “회사에서 임원에게 돈을 주고, 현금을 주든 입금을 하든 알아서 하라”고 매체에 말했다. “첫 번째 미션은 CEO, 그러니까 (황창규)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 안되도록 하라는 거 하나하고…”라는 증언도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시점은 2016년 9월 국정감사 바로 직전이다. 황창규 KT회장이 국정감사 증인 출석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많은 후원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집중됐다. 당시 정무위에는 KT가 인터넷 전문은행 K뱅크의 지배주주가 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 계류 중이었다.

이들이 동원한 방식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 깡’이었다. KT계열사가 접대비 등 각종 합법적인 명목으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이를 다시 현금으로 바꿔 본사에 보내면 본사는 임원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내는 방식이다.

명단에 오른 임원들은 후원금을 개인 돈으로 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KT본사에게 물어보라고 답했다. 의원들 역시 불법성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KT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이렇다할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경찰은 ‘상품권 깡’ 규모가 당시에만 수억 원에 달한 것으로 보고 관련 KT고위임원들을 조만간 본격 소환할 예정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