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는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다. 며칠 전 심한 불안 발작을 경험해 응급실을 가게 되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숨이 막혀 곧 죽을 것 같은 공포감을 경험했다. 식은 땀도 나고 속이 메슥거리고 어지러웠다. 공황장애였다. 그 전에도 몇 번 커다란 학원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에 식은 땀이 나고 속이 메슥거리고 숨쉬기 갑갑하여 뛰쳐 나온 적인 있었다. K는 이런 증상들로 매우 힘들었지만 부모님은 공부하기 싫으니 그런 말은 한다고 오해, K의 말을 무시했었다.
사람이 불안을 느낄 때는 뇌의 편도체가 작동하게 된다. 그런데 불안하지 않을 상황에서 편도체가 ‘오작동’을 일으켜서 공포스러울 때와 똑같은 신체 반응을 일으켜 땀이 나거나 가슴이 뛰고 숨이 가빠지는 등의 교감신경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공황 장애라 한다.
공황장애는 정서적인 공포, 불안 반응이 주 증상이지만 사실 다분히 생물학적인 질병이고 K와 같은 청소년에서도 발병할 수 있다. 유전적인 소인이 많아 가까운 친척 중에 공황장애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10배 정도 발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일란성 쌍생아에서 발병할 확률이 45% 정도에 달한다.
증상 자체는 약물치료로 매우 잘 치료가 된다. 하지만 공황증상은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이걸 한번 경험한 사람은 또다시 이것이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예기불안’에 시달리게 된다. 처음 증상이 생겼던 장소나 유사한 곳에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혼자서 외출을 전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심리적 사회적인 문제를 초래한다. 그래서 대개 공황장애는 생물학적인 문제와 심리적인 문제가 공존하게 된다.
K도 역시 그랬다. 공황 발작이 있었던 버스를 타는 것이 몹시 공포스러웠고 그와 유사한 지하철을 타는 것도 어려웠다. 이밖에도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하거나 치과에 가서 꼼짝 않고 누워있는 것도 힘들다고 하였다. 혼자서는 외출을 하기도 힘들게 되니 학교만 겨우 갈 뿐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힘들어져서 병원을 찾았다. 치료를 시작하자 공황 증상 즉 공포감이나 가슴이 뛰고 숨쉬기 힘든 등의 신체적인 증상은 곧 사라졌다. 하지만 혹시 또 그런 발작이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은 계속되었다.
이런 불안감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 했다. 우선 공황 발작 증상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K에게 먼저 자신의 증상을 잘 관찰하고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도록 해야 했다. 즉 신체적인 감각, 이에 따르는 생각, 감정, 행동을 관찰하고 적어 보게 하였다. K는 심장이 조그만 두근거리면 ‘파국적으로 상상하여’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 같고 그러다 죽을 것 같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조금 어지러운 기미만 보여도 이를 과대 평가하여 다시 발작이 와서 실신하고 미쳐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하였다. 이런 생각은 매우 반복적으로 자동적으로 나타났다. 밑바닥에는 즉 스스로 자기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이 깔려 있었고 그에 따르는 행동은 결국 공황이 유발될 것 같은 상황을 피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과 감정, 행동이 악순환 된다는 걸 메모하고 토론하면서 교정해 나갔다. 극단적인 생각의 교정과 더불어 노출 치료가 필요했다. 엄마와 함께 버스를 타 보고 조금씩 시간을 늘려 나갔다. K가 예상했던 공황 발작이 일어나지 않는 다는 걸 경험하면서 버스 타는 것이 조금씩 수월해졌다. 또 유난히 어지럼움 증상에 민감했던 K는 음료수병에 빨대를 꼽고 숨을 가쁘게 들이 마시는 걸 반복해서 ‘머리가 띵하는 어지러움’을 유발하게도 해보았다. 어지러움이 있어도 공황 발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경험해 보기 위해서다. 이런 식의 유발 노출로 차츰 여러 가지 신체적인 민감성도 나아졌다.
회피할 것인가, 아니면 직면할 것인가 이것이 치료의 관건이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