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 임은정, 檢간부에 들었다는 말

입력 2018-01-30 05:45 수정 2018-01-30 13:20

임은정 검사가 지난해 7월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이는 법무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한 뒤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한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에 관한 내용이다.

임 검사는 이 글을 통해 사건 발생 직후 내부 감찰 과정을 상세히 전했다. 임 검사가 올린 페이스북 글에 따르면 상가에서 술에 만취한 법무부 간부가 모 검사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황당한 추태를 지켜본 눈들이 많았던 탓에 법무부 감찰 쪽에서 연락이 왔다.

가해자와 문제된 행동은 확인했지만 피해자가 누군지 모르겠으니 확인을 해 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자타공인 마당발인 덕분에 피해자를 곧 특정해 감찰에 협조할 것을 설득했다. 가해 상대가 상대다보니 두려움으로 주저하는 게 느껴져 한참을 설득했지만 피해자는 진술을 한사코 거부했다 .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 후 이야기를 더 하기로 하고 잠시 중단했는데 그날 오후 모 검사장에게 호출을 받았다. 보안문제로 전화로 대화를 이어가기 부담스러웠는지 직접 올라오라는 지시였다. 이 간부는 임 검사의 어깨를 갑자기 두들기며 “내가 자네를 이렇게 하면 그게 추행인가? 격려지?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라며 호통을 쳤다.

피해자를 특정할 때 탐문을 부탁한 감찰 쪽 선배에게 바로 가서 이런 상황을 전했다. 결국 감찰이 더 진행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주저하고 수뇌부의 사건 무마 의지가 강경했다. 황당하게도 그 간부는 승진을 거듭해 요직을 거쳤고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피해검사는 오히려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 견디다 못한 한 검사 용기를 냈다.

서지현 검사는 지난 26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2010년 법무부 간부로부터 성추행 당했다고 폭로했다. 사건 이후 통영지청에 발령 받는 등 부당한 인사조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당시 사건에 대해 상세히 전했다. 서 검사에 따르면 2010년 10월 한 장례시장에서 서 검사 옆에 당시 법무부 간부인 안 모 검사(안태근 전 검찰 국장)가 앉아서 허리를 감싸고 엉덩이를 쓰다듬는 행위를 상당시간 동안했다.

옆자리엔 당시 법무부 장관(이귀남 장관)이 앉아 있었다. 서 검사는 주위 검사들도 많았고 옆에 법무부 장관까지 있는 상황이라 몸을 피하며 손을 피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자리에서 대놓고 항의하지 못했다.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어 환각이 아닌가 생각했다.

두 달이 지난 후 임은정 검사에게 연락을 받았다. 장례식장에서 여검사가 추행을 당했는데 안 모 검사로부터, 혹시 누구인지 아냐고 물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음에도 누구 하나 말리지 않았고 아는 척도 하지 않았는데 뒤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나 싶어 화가 났었다. 이후 임 검사는 검사 게시판에 쓰기도 했고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서 검사의 이 같은 폭로로 임은정 검사가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많은 네티즌은 임 검사의 페이스북에 몰려가 찬사를 보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