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 알솝,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첫 여성 예술감독 임명

입력 2018-01-29 19:21
미국 출신 여성 지휘자 마린 알솝. 마린 알솝 공식 페이스북

미국 출신의 여성 지휘자 마린 알솝(61)이 오스트리아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RSO Wien)의 예술감독으로 임명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알솝이 지난 2010년부터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온 코르넬리우스 마이스터의 뒤를 위어 2019년 9월 예술감독으로 부임한다고 보도했다.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에 여성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솝은 “세계 클래식 음악의 수도인 빈에서 예술감독을 맡게 돼 영광스럽다”면서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여성 음악가들이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얻는 속도가 너무나 느리다. ‘첫번째 여성’이 더 이상 뉴스가 아닐 때가 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알솝은 1990년대 이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나 상임지휘자를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한 여성 지휘자들의 대모 같은 인물이다. 콜로라도 심포니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의 여러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 또는 수석지휘를 거친 뒤 2007년부터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인 볼티모어 심포니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2013년 여성 지휘자로는 처음 영국 음악축제 BBC 프롬스의 폐막공연을 지휘하며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클래식계에서 여성 지휘자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그는 2002년부터 재능있는 젊은 여성지휘자을 위한 멘토 프로그램인 ‘타키 콩코디아 지휘 펠로십’을 창설했다.

알솝은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좋은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나와 빈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여성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빈 음악계는 종종 여성에게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 논란이 되곤 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공식적으로 여성 음악가들을 단원으로 받아들인 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빈필은 1997년에야 여성 하피스트 안나 렐크스를 정식 단원으로 채용했다.

한편 알솝은 클래식계에서 미투 캠페인이 일으킨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제임스 레바인과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샤를 뒤투아가 성범죄 의혹을 받고 물러났다. 알솝은 “최근 사례들은 오케스트라들이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필요성을 느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미투 캠페인은 전진을 향한 위대한 발걸음이다. 짧게 꺼지는 불꽃처럼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클래식계에서 앞으로 좀더 많은 성범죄 고발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침묵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