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29일 “대한민국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에 핵을 사용한다면 북한 정권은 지도에서 지워질 것”이라며 “북한의 핵개발은 국내 통치용으로 많이 활용될 테고, 한국이나 미국이 북한에 간섭하지 말아 달라는 하나의 의사표시”라고도 했다.
송영무 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다자안보회의 ‘풀러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질의응답 과정에서 이 같이 말했다. 풀러톤 포럼은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최로 열리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조율하는 회의체다. 한국 국방장관이 풀러톤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기는 처음이다.
송 장관은 “(북한이 개발된 핵무기를 미국이나 한국에 사용하는 상황은)은 김정은 정권의 선전선동 전략이지 실제 일어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북한 정권은 지도에서 아마 지워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해 남한에 사용한다면 북한은 핵무기보다 더 파괴력이 강한 재래식 무기로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송 장관은 또 “대한민국은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공해상에서 벌어진 북한의 석유 등 밀거래와 관련해 “역내 모든 국가들이 유엔 결의 2375호와 2397호가 철저히 이행되도록 북한의 해상 밀수 감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정부의 신국방정책과 관련해 “인류를 위한, 평화를 만들기 위한 적절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는 길이 좀 오래 걸리고 길고 어렵겠지만 인내하고 또 인내해서 그 길을 가야 한다”고 했다.
송 장관의 기조연설은 ‘한반도 안보 도전과제와 향후 아태지역 국가 간의 다자안보협력관계’란 제목으로 이뤄졌다. 아태지역을 비롯한 국제 안보 정세를 평가하고 한국 정부의 안보정책 방향을 소개한 뒤 해양안보협력 및 다자안보협력의 강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송 장관은 재래식 테러부터 사이버 공격까지 전통적, 비전통적 안보 위협을 열거한 뒤 “이 가운데 아태지역의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는 바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핵 보유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 경우에도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대응하는 한편 제재와 대화를 포함한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여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한반도 안보위협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으로 그가 가장 먼저 꼽은 것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전쟁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 ‘북한의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언급했다. 송 장관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재와 압박 정책도 우선 북한을 대화로 견인하기 위한 것이지 그 자체가 목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