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아파트 화재… 91세 노모·60대 부부 모두 숨져

입력 2018-01-29 09:24
28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14층에서 화재가 발생, 소방대원들이 진화 뒤 현장을 정리하고 있는 사이로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뉴시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 3명이 모두 숨졌다. 이들은 화재 뒤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불은 위층 베란다로도 번졌지만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28일 오후 7시7분쯤 서울 은평구 15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 구모(64)씨 등 일가족 3명이 숨졌다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29일 밝혔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14층 구씨의 집이다. 전날 구씨의 어머니 김모(91)씨가 숨졌고 이날 오전 구씨와 아내 나모(63)씨 부부도 숨을 거뒀다.

불은 15층 베란다로 옮겨붙었지만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재산 피해는 약 3000만원으로 추산된다. 화재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불은 오후 8시28분쯤 완진됐다. 화재 발생 1시간20여분 만이다. 하지만 아파트 중앙 펌프가 잠겨 있던 탓에 화재를 진압하는 데 20여분이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은평소방서 관계자는 “30년쯤 된 오래된 아파트라서 중앙 펌프실에서 11개동의 모든 소화전을 관리했다”며 “(하지만) 소화전 배관 스위치가 수동으로 돼있어 중앙펌프가 작동하지 않았고 모든 아파트 배관도 비어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송수관에 펌프차 2대를 연결해 물을 밀어 올리려 시도했으나 배관이 비어 물이 14층까지 도달하지 않았다”며 “결국 펌프차에서 수관을 5번 연장해 14층까지 끌어올리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밝혔다. 그는 “동파를 우려해 소화전을 잠갔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는 명백한 소방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은평경찰서는 이날 아파트 주민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원인 등을 조사하기로 했다. 30일 오전에는 소방서·한국전력공사 등과 합동 정밀감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