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과제 점(·) 때문에… 8개 부처 밥그릇싸움

입력 2018-01-28 20:07

국정과제 35번 ‘기초 원천 분야’ 범위싸고 공방



과기부, 연두업무보고 때

부처 기초연구 이관 요구



교육·농림 등 강력 반발

‘기초·원천’으로 됐어야

‘기초+원천’이라고 주장

‘기초 원천 연구’와 ‘기초·원천 연구’의 차이. 가운뎃점 하나에 대한 해석 차이를 수개월째 좁히지 못하고 정부 부처들이 소모적인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밥그릇 다툼 성격이 짙은 파워게임에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공분야 기초연구사업을 둘러싼 관할권 다툼에 정부 부처 여러 곳이 대립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대 교육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의 구도다.

갈등은 지난해 7월 발표된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 35번으로 촉발됐다. ‘기초 원천 분야 연구개발은 과학기술총괄부서에서 통합수행하고’란 대목이 문제가 됐다. 과기부는 이를 근거로 다른 부처들이 수행하고 있는 기초연구사업을 흡수·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교육부만 해도 올해 기초연구사업에 4500억원이 책정돼 있다.

과기부 외 부처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특히 과기부가 지난 24일 이뤄진 2018년 연두업무보고에서 기초연구사업을 과기부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하자 “관계부처 협의도 완료되지 않은 방안”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교육부 등은 지난 26일 과기부를 빼고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어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쟁점은 국정과제 35번 ‘기초 원천 연구’의 범위다. 교육부 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라 과학기술 연구를 순수기초 기초원천 산업원천 특정응용 4가지로 나눈다. 순수기초는 블랙홀 연구처럼 활용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인류 지식의 진보’를 위해 이뤄지는 연구이고, 지식의 활용 방식 등에 따라 기초원천 산업원천 특정응용으로 나뉜다. 따라서 국정과제 35번의 기초 원천이란 말은 네 가지 범주 중에 기초원천 연구에만 해당하며 순수기초·산업원천·특정응용까지 포괄하지 않는다고 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정과제에서 ‘기초·원천’이라 했으면 기초+원천이란 뜻이겠지만 가운뎃점이 없으므로 순수기초 등은 빼란 뜻이다”며 “연구와 교육 산학협력은 따로 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공분야 연구 기능만 분리하면 대학의 총체적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과기부는 이를 ‘트집 잡기’로 규정하고 국정과제대로 수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정과제 35번은 여러 부처에서 중구난방으로 진행하는 연구사업들의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 과기부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이라는 게 과기부의 입장이다. ‘기초 연구’라고 하면 가운뎃점이 있든 없든 순수기초 연구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란 것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다른 부처들이) 순수기초 기초원천 산업원천 특정응용 연구로 구분하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국정과제대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