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은 새해 시작과 함께 새로운 다짐을 한다. 대부분 건강을 위해 야채는 많이 먹고, 술은 덜 마시고,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독일 베를린에서 정치 홍보 일을 하고 있는 토르벤 베르트람(39)은 색다른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점심시간마다 운동을 하자는 동료들에게 신물이 난 베르트람은 독일 최초의 카우치 포테이토(소파에 파묻혀 감자칩을 먹으며 하루 종일 TV를 보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클럽인 ‘소파 스포츠 협회’를 1년 동안 이끌었다.
베르트람은 “스스로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이런 지속적인 압박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스스로를 “마르고 잘차려 입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그런 베를린 젊은이들의 안티테제(Antithese, 반정립)”라고 소개했다.
소파 스포츠 클럽의 주 활동무대는 시내 맥주집이나 식당이다. 반드시 소파가 있어야 한다. 회원들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몸을 흔들며 가슴을 두드리고 타잔의 흉내를 내기도 하고, 플라스틱 컵에 꽉 차 있는 포테이토 칩을 손대지 않고 먹기도 한다. 포테이토 칩 먹기는 어린이 회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경기’다.
클럽 회원은 8세부터 64세까지 25명으로 구성돼 있다. 베르트람의 부인은 처음 “소파 스포츠는 난센스”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열성 회원이 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단순한 게임 외에도 클럽만의 독특한 ‘운동’ 프로그램도 있다. 중국의 기공과 독일 전통 수련법을 결합시킨 스트레칭이 대표적이다. 베르트람은 “TV 앞에서 시간을 때우기만 하는 일반적인 카우치 포테이토들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회원들사이에서 또다른 인기 프로그램은 독일 전통의 맥주잔 들기. 의회 보좌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파트리샤 베른로이테르(28)는 “무거운 맥주 잔을 들고 있으면 마치 집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남부 독일지역에서는 한 번에 20개 이상의 맥주잔을 들기도 하지만 베를린 사람들인 회원들은 맥주잔 한 개만 들어도 즐거워 한다.
로비스트인 노르베르트 부덴디크(50)는 헬스클럽에 다니는 것보다 이 모임에 나오는 것에 훨씬 성취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한 데 모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고 게임만 즐기는 것에서 그친다면 독일인이 아니다. 베르트람은 “회원들 모두 보험에 가입했고, 세제 당국에 등록하는 한편 지역 스포츠협회에도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말했다. 올해 목표도 있다. 그는 “베를린과 독일을 넘어 활동 영역을 넓히려고 한다”며 “내년 소파 스포츠 유럽 대회 개최의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