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방송된 SBS ‘TV동물농장’에서는 방치되어 싸늘하게 죽은 개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백구의 사연이 공개됐다. 방치견(犬)의 사연이 전파를 타자 많은 시청자가 분노했다.
제작진은 오랜 시간 사람 발길이 끊긴 건물 옥상에 방치된 개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갔다. 건물은 허름한 여인숙이었고 문은 닫혀 있었다. 제보자는 “건물 아래에서는 개가 보이지 않는다”며 맞은편 식당 건물에 올라가 방치된 백구를 보여줬다.
식당 옥상에서 본 방치된 개는 굵은 목줄에 묶여 옴쭉달싹 못하는 상태였다. 백구는 최강 한파에 떨고 있었다. 목줄로 미뤄 주인이 있는 것 같아 보였지만 건물 문은 잠겨 있었으며 전기도 끊긴 상태였다.
맞은 편 식당 주인은 백구의 처참한 몰골을 보고 5일 넘게 먹을 것을 던져줬다고 한다. 그러나 물은 던져줄 수 없어서 백구가 보름 넘게 물을 마시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후 제작진은 관찰카메라를 통해 백구를 살폈지만 사람의 발길은 며칠째 닿지 않았다.
며칠 뒤, 백구의 목줄은 끊어져있었고 백구 옆에는 싸늘히 죽은 개 한 마리가 더 있었다. 백구는 그런 환경에서도 황구를 지키고 있었다. 제작진의 관찰 나흘 만에 수소문 끝에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주인은 제작진에게 “밥 주고 다 하고 있다. 무슨 방치를 하냐. 똥을 치우든 안 치우든 무슨 상관이냐. 학대만 안 하면 되지”라며 폭언을 퍼붓고 전화를 끊었다.
건물 문이 닫혀 있는 상태라 견주를 만나지 않으면 백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제작진은 견주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견주는 “우리 아들이 매일 와서 밥을 줬다. 무슨 (제작진이) 옥상까지 밥을 주냐. 욕 나온다”고 말했다. 견주는 제작진에게 개를 주로 돌본 건 아들이고, 황구의 죽음 역시 아들이 알고 있을 거라고 했다.
이에 아들은 날이 추워 추위를 피하라고 줄을 풀어줬지만 다음 날 추위 탓에 죽었다고 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확인한 황구는 목줄에 묶여 있었다. 또 바로 전날 밥을 줬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제작진의 관찰 카메라 어디에서도 아들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제작진은 “개 상태를 보고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보려고 한다”고 했지만 견주와 아들은 개들의 상태를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제작진과 경찰이 대책 회의 중일 때 견주가 여인숙에서 백구를 데리고 황급히 어딘가로 향했다. 소식을 들은 제작진이 급히 이를 막았지만 견주는 협조할 수 없다며 백구를 끌고 가려고 했다.
그때 견주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개의 원주인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사정상 황구를 맡기면서 외로울까 백구까지 맡겼다는 원주인은 “잘 돌봐서 따뜻하게 해주고 있다더라”고 했고, 그간 견주가 원주인에게 거짓으로 개들의 소식을 전한 게 밝혀졌다.
결국 지자체 권한으로 백구에게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몇 시간을 달려 여인숙으로 온 원주인에게 견주는 결국 여인숙의 문을 열어줬다. 옥상 건물에는 죽은 황구가 뼈만 앙상하게 남아 바닥에 들러붙어 있었다. 제작진은 옆 건물에서 전기를 끌어와 사체를 녹여 바닥에서 떼어내야 했다. 사인 규명을 위해 원주인 할머니의 동의 하에 황구 부검이 결정됐다.
그제야 견주는 원주인에게 백구를 데려가라며 소유권을 포기했다. 원주인에게 돌아간 백구는 할머니의 보살핌 덕분에 한결 상태가 좋아져 있었다. 이날 옥상 위 방치된 개들의 모습은 닿을 거리에 있음에도 멀리서 지켜봐야만 하는 동물보호법의 답답한 현실을 보여줬다. 동물농장 MC들 역시 이 영상을 보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신현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