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北 거의 모든 병기 동원 위협적 열병식 할 가능성”

입력 2018-01-27 07:51

‘2월 8일 건군절’ 언급

“평양 근처 미림비행장서
퍼레이드 대규모로 준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다음달 8일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과 관련해 “상당히 위협적인 대규모 열병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26일 서울 중구 월드컬처오픈에서 열린 한반도평화만들기 주최 포럼에서 “북한이 건군 70주년 퍼레이드를 평양 근처 미림비행장에서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큰 규모의 병력과 북한이 갖고 있는 거의 모든 병기들을 동원해 상당히 위협적인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대규모 열병식을 도발로 보느냐’는 질문에 “조 장관의 발언 그대로 이해해 달라”고만 했다. 조 장관은 북한 대표단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조선인민혁명군을 만든 1932년 4월 25일을 건군절로 기념해 왔으나 최근 조선인민군 창건일인 1948년 2월 8일을 건군절로 하겠다고 선포했다. 평창올림픽에 맞춰 전 세계에 군사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조 장관은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대표단의 체류비 지원 등 대북 제재 위반 논란에 대해선 적극 해명했다. 그는 “관련 부처가 미국이 귀찮아할 정도로 진행 상황을 상세하게 알려주겠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전날 시걸 맨델커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부문 차관을 만나 미 정부의 우려 사항에 대해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장관은 “남북관계가 활발했던 시기 4∼5개월에 걸쳐 이뤄지던 이벤트들이 2∼3주 사이에 몰아서 진행되고 있다”며 “언젠가 봄은 온다는 심정으로 준비는 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오니까 버거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우리보다 더 적극적이었다”며 “‘모든 결정은 IOC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렇다 저렇다 하면 안 된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마주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에 대해선 “대화 상대로서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고 평가했다.

군 당국도 북한군의 열병식 예행연습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림비행장 인근에 설치해놓은 임시 가림막 용도에 주목하고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가림막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탑재할 수 있는 이동식발사대(TEL) 등을 충분히 숨겨놓을 만한 크기”라고 말했다. 반면 한파가 몰아친 상황에서 정밀부품이 들어간 최신 무기를 외부에 방치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국방부는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이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정상적으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합동참모본부 케네스 매켄지 중장도 “올림픽 기간에는 분쟁을 피하겠지만, 올림픽 이후 곧바로(immediately after) 훈련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권지혜 김경택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