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아들은 90대 어머니가 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만이 마지막 바람이었다. 연세가 지긋하시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보내드릴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편하게 가시지 못했다. 황망한 노모의 죽음을 맞이한 아들은 모든 게 자기 탓인 것만 같다.
이 날은 어머니 퇴원이 예정된 날이었다. 어머니는 고령이었고, 폐가 좋지 않았다. 3주 전부터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는 동안 상태가 호전됐다. 이날 오후 퇴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퇴원을 앞 둔 아침, 변을 당했다.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마는 김씨의 90대 노모마저 삼키고 말았다. 아들은 아직까지 황망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직도 이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아들은 아침 7시40분쯤 친구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어머니가 계신 병원에 불이 났다는 거다. 10분 남짓 걸려 병원에 도착했다.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저 망연자실한 채 어머니를 눈으로만 찾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소방관 틈 사이에서 어머니가 보였다. 분주하게 근처 밀양병원으로 향했다. 그 때만 해도 숨이 붙어 있었다. 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끝끝내 아들의 손을 잡지 못했다. 아들은 아직도 마음을 추스릴 수가 없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