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퇴원 당일 숨진 90대 노모 이야기

입력 2018-01-26 21:13 수정 2018-01-26 21:46
26일 화재 사고로 한 순간에 소중한 목숨을 잃은 경남 밀양 세종병원 참사 희생자의 빈소가 밀양농협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뉴시스

70대 아들은 90대 어머니가 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것만이 마지막 바람이었다. 연세가 지긋하시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보내드릴 일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편하게 가시지 못했다. 황망한 노모의 죽음을 맞이한 아들은 모든 게 자기 탓인 것만 같다.

이 날은 어머니 퇴원이 예정된 날이었다. 어머니는 고령이었고, 폐가 좋지 않았다. 3주 전부터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는 동안 상태가 호전됐다. 이날 오후 퇴원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퇴원을 앞 둔 아침, 변을 당했다.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발생한 화마는 김씨의 90대 노모마저 삼키고 말았다. 아들은 아직까지 황망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직도 이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아들은 아침 7시40분쯤 친구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어머니가 계신 병원에 불이 났다는 거다. 10분 남짓 걸려 병원에 도착했다.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저 망연자실한 채 어머니를 눈으로만 찾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소방관 틈 사이에서 어머니가 보였다. 분주하게 근처 밀양병원으로 향했다. 그 때만 해도 숨이 붙어 있었다. 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끝끝내 아들의 손을 잡지 못했다. 아들은 아직도 마음을 추스릴 수가 없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