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페더러의 품격, “누구보다 부상의 아픔 잘 안다”

입력 2018-01-26 19:16
AP뉴시스

정현(58위·한국체대)에 기권승을 거둔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가 정현을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극찬하면서 “부상을 입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준결승전에서 정현에 2세트 도중 기권을 선언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물집 때문에 발바닥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정현은 2세트를 채 마치지 못했다.

경기 직후 코트 인터뷰에서 페더러는 “첫 세트는 정현이 워낙 경기를 잘했다”면서 “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2세트 들어 움직임이 둔화되어 뭔가 문제가 있을 거로 생각하긴 했다”고 말했다.

또 “나도 부상을 안고 뛰었을 때 얼마나 아픈지 알기 때문에 멈춰야 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렇게 결승에 올라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조금은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페더러는 정현을 향해 “대회 기간 보여준 실력을 보면 충분히 톱10을 할 수 있는 정신력을 갖춘 선수”라면서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페더러는 일찌감치 경기를 마감해 체력을 아낄 수 있었지만 상대 선수가 입은 부상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면서 ‘테니스의 황제’ 품격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정현은 이번 대회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와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 등 세계 강호를 연달아 격파하면서 ‘차세대 유망주’ 타이틀을 거머쥐며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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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페더러는 결승에서 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를 상대로 통산 20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린다. 그는 “2년 전 내가 부상으로 고생했을 때 누군가 이런 말(메이저대회 20회 우승)을 했다면 농담하지 말라고 웃어 넘겼겠지만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면서 “은퇴 전에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