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22·한체대·삼성증권 후원·58위)이 황제와 마주했다. 이미 한국 테니스 사상 최고 성적을 넘어섰다. 이제 하나의 관문만 넘으면 우승 한 걸음 앞까지 다가간다.
정현와 로저 페더러(37·스위스·2위)는 26일 오후 5시30분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호주오픈 남자단식 준결승을 시작했다. 코인토스에서 정현의 선공이 선택됐다. 정현의 서브와 페더러의 리시브로 경기는 시작됐다.
호주오픈은 세계 4대 테니스 메이저대회 중 하나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대회이기도 하다. 정현은 이 대회 4강 진출만으로 한국 선수의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을 냈다. 상금 88만 호주달러(7악5500만원)도 확보했다. 마찬가지로 한국 선수 최고 상금이다. 1905년 출범한 이 대회에서 남자단식 4강까지 진출한 아시아 선수는 1932년 사토 지로(일본)에 이어 86년 만에 처음이다.
정현의 승승장구는 행운이 아니었다. 대진표는 수월하지 않았다. 1회전 상대 미샤 즈베레프(31·독일·35위), 2회전에서 만난 다닐 메드베데프(22·러시아·53위) 모두 정현보다 상위 랭커였다. 톱랭커도 있었다. 3회전에서 만난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는 세계 4위다. 지금 세대 테니스계에서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보다 강력한 상대로 평가된다. 정현은 즈베레프를 3대 2(5-7 7-6<7-3> 2-6 6-3 6-0)로 꺾었다.
클라이맥스는 16강전이었다. 자신의 영웅인 조코비치를 제압했다. 이런 정현에게 8강전에서 만난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97위)은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지난 24일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열린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샌드그렌을 3대 0(6-4 7-6<7-5> 6-3)으로 격파했다.
정현의 ‘돌풍’은 한여름으로 들어선 호주의 열기를 더 뜨겁게 가열하고 있다. 먼저 코트로 입장한 정현에게 관중은 페더러보다 큰 환호로 정현을 응원했다.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페더러와 용감하게 마주한 아시아 신성의 도전을 관중 역시 기대감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