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인한 희생자가 늘고 있다. 사망자는 37명으로 알려졌지만, 중상자가 많아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화재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원이 검은 연기로 휩싸였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탈출하기 위해 사람들이 뛰거나 부딪히고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고, 창문을 통해서 구조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화재는 오전 7시30분쯤 경남 밀양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첫 화재 신고자는 119로 전화해 “1층 응급실에서 불이 났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의 간호사 2명은 “응급실에서 일을 하는데 뒤쪽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 며 “‘불이야’ 소리치며 건물 밖으로 뛰어 나왔다”고 말했다.
간호사들은 복도를 뛰어다니며 “비상문으로 탈출하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비상벨이 울렸지만 천장에서 물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목격자들에 의하면 병실과 비상문, 계단 등은 화재로 인한 시커먼 연기로 가득찼다. 사람들은 우왕좌왕 했고 이 과정에서 뛰다 넘어지거나 부딪히는 등 혼비백산이었다.
현장에 있던 배모(68)씨는 “화재발생 이후 15분 만에 병원 진입이 힘들 정도로 연기가 건물을 뒤덮었다”고 말했다. 배씨는 “장인을 모시고 나오자마자 소방관들이 건물에 진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며 “불길은 빨리 잡힌 것 같지만 연기 때문에 구조작업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방당국도 화재 초기 짙은 연기로 인해 초기 진입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배씨에 따르면 일부 환자들은 병원 창문으로 연결된 사다리를 통해 탈출했고, 소방차 사다리차나 탈출용 슬라이더를 이용해 병원 밖으로 빠져나오는 이들도 있었다.
화상보다는 연기로 인한 희생자가 많았다. 소방당국은 화재 사망자 가운데 화상에 따른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고 밝히며 “대부분 이송도중이나 이송 후 사망했다”고 밝혔다. 화재 연기로 인해 주로 거동이 어려운 중환자들이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세종병원 1층 응급실에서 시작된 불은 오전 10시30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