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병원 화재’ 피해 줄일 수 있었다… 소방서 “최근 안전 경고”

입력 2018-01-26 14:24
26일 오전 7시35분께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31명이 숨지고 81명이 다친 가운데 이날 화재로 병원 1층이 시커멓게 불에 탔다. 뉴시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26일 오후 1시 41명으로 파악됐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들 중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화재는 오전 7시30분께 1층 응급실에서 시작됐다. 화재 발생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배모(68)씨는 “딱 15분 만에 일이 이렇게까지 커졌다”면서 “화재 발생 직후부터 15분 정도 만에 병원 진입이 힘들 정도로 연기가 건물을 뒤덮었다”고 뉴시스에 밝혔다.

배씨는 불이 나자 자신의 장인을 모시고 가까스로 탈출했다. 그는 “장인을 모시고 나오자마자 소방관들이 건물에 진입해 진화작업을 벌였다”면서 “불길은 빨리 잡힌 것 같은데 연기 때문에 구조작업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방대원들이 병원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화재 당시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2명은 불이 나자 긴급히 탈출했다. 이들은 소방당국에 응급실 뒤편에서 갑자기 불이 시작됐다고 진술했다.

화재 당시 병원에 있던 환자들은 창문으로 연결된 사다리나 탈출용 슬라이더를 이용해 탈출했다. 하지만 연기가 심해 소방관들은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화재 초기 짙은 화염으로 초기 진입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 희생자들은 유독가스를 마셔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 중 화상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이송 도중이나 이송 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 이송 현황에 사망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뉴시스

이와 관련해 밀양소방서는 최근 병원 측에 안전 경고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신문에 따르면 소방서 측은 “요양병원 내 환자들은 화재 시 스스로 대피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어 여러 명의 부상자, 사망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화재 초기 현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소방대원들은 1차로 혼자 거동이 어려운 요양병원 쪽 환자들을 대피시키고, 본관 전층에 진입해 구조작업을 벌였다.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본관 1층과 2층이다. 세종병원은 1층에 응급실과 원무실, 2층에 입원실, 3층에 중환자실 등이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본관 입원 환자 100명과 병원 관계자들이 전원 구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건물 전층을 정밀 수색 중이다.

화재가 시작된 병원 1층 응급실 인근 입구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뉴시스

현재 부상자는 밀양시 인근 8개 병원으로 분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병원에는 사망자와 부상자 신원확인을 위해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과 소방본부는 합동 조사본부를 구성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