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신고자 “1층 응급실서 불났다”… 세종병원 화재 상보

입력 2018-01-26 12:07

또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 응급실에서 불이 났다. 26일 오전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사망자가 30명을 넘어섰다. 이 병원에는 110명이 입원해 있었다. 희생된 이들은 모두 입원환자였다. 정부는 ‘범정부 현장지원단’을 급파했다.

◇ 화재 발생… 오전 7시35분 응급실에서


불이 난 건 이른 아침이었다. 26일 오전 7시35분쯤 경남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응급실에서 불길은 시작됐다. 응급실은 병원 1층에 있었다. 119로 처음 화재 신고를 한 사람은 “1층 응급실에서 불이 났다”고 말했다. 사망자는 주로 병원 1층과 2층에서 나왔다. 5층 병실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밀양소방서는 "오전 11시 현재 사망 31명, 경상 69명, 중상 8명 등 사상자가 모두 11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당시 병원에는 2층 16명, 3층 28명, 5층 21명, 6층 35명 등이 머물고 있었다. 세종병원 뒤편에 위치한 세종요양병원에는 94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 주로 노약자였는데 요양병원에서는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당국은 전했다.

◇ 진화 및 구조… 희생자는 전원 입원환자


진화 작업은 1층에서 시작된 불길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 주력하며 이뤄졌다. 다른 층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구조 작업을 진행했다. 소방서 관계자는 "1층에서부터 진화작업을 마무리해 2∼5층으로 확산하는 것을 저지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초 입원환자는 세종병원의 경우 2∼6층 100여명, 뒤쪽 요양병원에 94명이었다. 1차로 요양병원 환자 94명을 대피시킨 뒤 세종병원 전 층에 구조대원이 진입해 대피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이 밀양과 부산 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밀양병원에 14명, 갤러리병원 36명, 나노병원 6명, 윤병원 25명, 제일병원 18명, 나머지는 창원 삼성병원과 부산 베스트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중상자가 많아 당초 8명으로 알려졌던 사망자 수는 몇 시간 만에 30명을 넘어설 만큼 급증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원인과 관련해 “지금 조사 중”이라며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응급실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 내용만으로는 화인을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희생자는 모두 병원에 입원한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중에 병원 관계자는 없다고 한다.


◇ 세종병원은… 뇌혈관질환과 중풍 집중 치료

참사가 발생한 세종병원은 2008년 3월 5일 병원 허가를 받았다. 장기요양이 필요한 입원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요양병원이면서 일반환자 진료도 가능한 병원이다. 요양 98병상, 일반 95병상 등 모두 193병상을 갖추고 있다.

앞 병동은 뇌혈관 질환과 중풍 등을 중점 치료하는 일반병원, 뒤 병동에는 치매나 뇌졸중과 같은 노인성 질환자를 치료하는 요양병원으로 운영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일반병원으로 사용 중인 앞 병동이다.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35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이 이 병원을 운영한다.

◇ 범정부 현장지원단 급파


정부가 범정부 현장지원단을 사고 현장에 파견했다. 행정안전부는 "밀양 화재 사고와 관련해 행안부, 보건복지부, 소방청, 경찰청, 국토부 등 5개 부처로 구성된 합동지원단을 오전 9시10분께 현장으로 급파했다"고 밝혔다.

앞서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행안부 김부겸 장관은 이날 오전 9시쯤 헬기를 타고 사고 현장으로 이동, 구조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차관과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도 밀양병원으로 이동해 상황을 살필 예정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