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된 뒤 외부와 연을 끊었다. 자신의 재판도 보이콧 중이다. 그런 그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중양일보와 지난 24일 사실상 ‘대리 인터뷰’를 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승낙을 받았다”는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음을 반복해서 말했다. 또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완전히 속았다고 주장하며 각종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정치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허리에 디스크가 있고 왼쪽 무릎에 물이 차 다리를 잘 구부리지 못한다” “부신 기능이 나빠 얼굴도 많이 부었다” “허리가 아파 밤에 한두 시간마다 잠을 깬다” “허리가 아프니 통증을 다스리는 방법이 적힌 책을 좀 구해 달라고 하더라” 등을 수차례 언급했다. 그는 또 “식사도 짠 음식이 많아 김치를 물로 씻어서 조금 먹는 정도”라며 “구치소 측에 물어보니 매번 (식사의) 3분의 1 정도밖에 못 먹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외부소식을 지지자들의 편지로만 접한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잠깐 틀어주는 방송 말고 신문이나 일반 방송은 일절 안 본다”며 “(외부 소식은) 지지자들이 구치소로 편지는 보내는데 거기에 이런저런 기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 외에는 거의 외부와의 관계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변호사는 “이상철·도태우 변호사와 한 번씩 접견하고, 전체 변호인단을 만난 적이 한 번 있다”며 “그 외에 동생이나 친지들, 정치인 등 다른 사람들은 일절 만난 적 없다. 윤전추 전 비서관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인 접견은 구치소 측에서 대화를 기록해서 편하게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변호인 접견실에서도 크게 말하면 밖으로 (소리가) 다 들려서 박 전 대통령이 수시로 ‘목소리 낮추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을 야기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서는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속았다”고 주장하며 공모관계를 부인했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몇 번이나 ‘내가 (최씨에게) 속은 것 같다’고 말했다”며 “최씨가 박 전 대통령 앞에선 다소곳하고 심부름도 잘해서 자기 앞에서 하는 행동과 밖에서 하는 행동이 완전히 달랐다는 걸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터지면서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다”며 “이제라도 최씨는 자기가 박 전 대통령을 속였다는 걸 털어놔야 되는데 그걸 안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연설문은 최씨를 거쳤다”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진술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이 반짝 하는 건 있다’고 하더라. ‘대선 때도 용어 선택할 때도 톡톡 튀는 말을 잘 찾아냈다’고 했다”고 말했다. 기밀문서 유출은 이뤄진 셈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최근 새로 제기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에 대해서는 “집권 초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가 국정원 지원을 받아서 쓴 돈이 있고 우리가 써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보고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이 ‘그럼 그렇게 하시라’고 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사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공소장에 추가된 2014년 9월 12일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에 대해서도 “(그날에는)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여, 블랙리스트 등 기존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하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대해서는 ‘정치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철저히 법리적 사실만 가려 재판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미 결론 내려놓고 요식절차만 밟는 정치재판”이라며 “이미 정치적으로 죽은 사람을 이렇게 괴롭히면 반드시 되돌려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