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을 창단하겠다고 밝힌 수원시가 야당 지방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소속 시의원들은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아이스하키팀 창단을 왜 책임져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염태영 수원시장이 급조한 지방선거용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에 야당이 내놓은 입장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23일 오전 수원시청 중회의실에서 “평창올림픽 평화유산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염원을 담아 ‘수원시청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에 나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시는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팀에게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중 국내 최초의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을 창단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에 창단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조례·규칙 개정을 마친 뒤 2018년 추가경정예산에 예산을 반영해 팀 창단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한국당과 국민의당 시의원 17명은 같은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여자 아이스하키 실업팀 창단발표를 철회하라”고 집단 반발했다. 수원시의회 전체의원은 34명. 소속정당은 민주당이 16명, 자유한국당 15명, 국민의당이 3명으로 야당소속 의원들이 반대할 경우 예산확보가 어렵다.
이들은 발표문을 통해 “수원시가 체육회와 수원FC, 여자축구단 등에 연간 3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해야 할 아이스하키팀 창단을 왜 시가 책임져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며 “정부가 선수들의 고충을 해결해준다고 큰소리쳐놓고 그 책임을 지자체에 넘기는 정책적 회피”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고충은 백번 이해가 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한다”면서도 “수원에는 아이스하키 유소년팀도 없는데 시가 사전협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실업팀 창단을 결정해 발표하는 건 수원시민과 수원시의회를 무시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한 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충북 진천에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을 방문해 격려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것을 보고 염 시장이 급조해서 만든 선거용 작품”이라며 “창단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예산은 전액 삭감할 것”이라고 했다.
실업팀 창단은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들의 숙원이다. 초·중·고·대학은 물론 실업팀 하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선수들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 국제대회가 열릴 때만 소집돼 대회에 출전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선수들은 훈련장이 아닌 생계의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이 불거지자 선수 개개인의 꿈과 권리를 강조하며 문재인정부를 비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정부 방침’이라는 명목으로 남북 단일팀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하라는 전형적인 국가주의의 산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25일 페이스북에 “선수들의 ‘권리침해’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이다지도 많은 상황에서 그들이 소속 될 자리를 솔선해서 만들어 주는 건 칭찬받을 일”이라고 썼다. 이어 “하지만 저들도 칭찬은 잠깐이고 부담은 오래 갈 거라는 사실을 안다. 지역 주민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많을 것이다. 자한당과 국민의당 소속 시의원들도 그들의 대표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전 역사학자는 “‘취지는 옳지만, 우리 동네에는 안 돼’와 ‘나쁜 놈인 건 알지만, 우리 동네 부동산 값 올리려면 저 놈 찍어야 해’는 같은 생각”이라며 “우리 시대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적폐는 ‘사익 지상주의’”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명박 박근혜는 가장 성실한 ‘사익 지상주의자’였다”며 “우리가 ‘사익 지상주의’를 떨쳐 버리지 못하면, 국가를 사유화해서 사익만 추구하는 정권은 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