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여관 방화 계기 “일반 숙박업소 성매매 알선요구 이대로 좋은가, 성매매가 일상화된 사회 대책 필요 의견 대두”

입력 2018-01-25 16:05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 여관에서 성매수를 거절당했다며 여관에 방화해 6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은 참담한 일이 발생했다.

이 여관이 있는 곳이 성매매집결지는 아니지만 일반 숙박업소에서 성매매 알선을 당연하게 요구했다는 사실이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25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여성가족부 성매매실태조사 결과 전국 42개 성매매집결지 중 8개가 여관·여인숙 등 숙박업소 유형이라는 사실은 성매매가 알게 모르게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들어 있다.

성매매 집결지는 유리방, 맥주 양주·방석집, 여관·여인숙, 기지촌, 쪽방·판잣집, 기타 등 6가지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성매매추방주간(9월19~25일) 중 시·도에서 동시에 실시한 성매매 인식조사 결과 9458명의 응답자 중 9275명(98.1%)이 성매매가 불법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불법성 인식은 높아졌지만 한국 남성의 성구매 경험률은 여전히 높다.

여성가족부의 일반성인 남녀 2134명(남성 1050명, 여성 1084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일반남성 응답자의 50.7%가 평생 동안 한 번 이상 성구매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25.7%가 최근 1년간 성구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3년(27.2%)에 비해 1.5% 포인트 감소한 것이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성구매 경험률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듯이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성매매 과정에는 비인격적 대우, 성폭력과 성착취 등의 심각한 범죄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성매매 폐습은 다종다양한 모습으로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파고 든 지 오래여서 일회적인 법적 처벌이나 간헐적 단속만으로는 근절이 어렵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매매방지중앙지원센터에서는 그동안 ‘성매매가 사라진 자리에 인권이 피어난다’는 슬로건 아래, 성매매문제에 대한 대국민 인식개선활동과 더불어 온 국민이 성매매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우리 사회의 성매매를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획전시 <반>전(展)을 개최했다. 관객들로부터 성매매가 나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기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성매매 추방주간에는 ‘성매매방지 공감 Talk' 콘서트, 성매매방지 공모전 수상작 전시, ‘예술로 반성매매’프로젝트 전시, 시민참여부스 등을 운영했다.

또 카드뉴스 제작·배포, 콘텐츠 공모전 등 온・오프라인 홍보를 통해 성매매 방지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2017년에 발간한 정책지 ‘여성과 인권’(통권 제17호)과 피해자 지원 정책사례집 ‘우문현답 :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성매매방지 활동을 취재하거나 투고를 받아 수록해 다른 지역의 공무원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했다.

‘우문현답’에는 전국 자치단체가 추진해 온 성매매집결지 여성들을 위한 자활지원 조례 제정, 성산업 강력 단속, 민‧관 협력을 통한 청소년 지원 등 15건의 사례가 수록되어 있다.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은 “여성을 사고 팔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성을 사는 행위를 당연시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성매매가 근절되기는 어렵고 성매매가 일상화된 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도 막을 수 없다”며 “성매매는 분명한 젠더폭력이자 성불평등이며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현장단체, 유관기관들과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민들의 노력을 한데 모으는 일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