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학자들이 세계 최초로 체세포핵치환(SCNT)기법을 통한 원숭이 복제에 성공했다. 영장류를 복제한 첫 번째 사례다. 중국 언론은 ‘손오공 신화’의 현실판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중신사’ 등 현지 언론은 “중국과학원(CAS) 신경과학연구소 연구진이 SCNT 기법을 사용해 원숭이 2마리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소설 ‘서유기’에서 주인공 손오공이 자신의 털을 뽑아 입에 넣고 씹다가 내뿜으면 그 털들이 200~300마리의 작은 원숭이가 되는 대목을 연상케 한다”고 설명했다.
SCNT 기법은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여기에 다른 체세포에서 분리한 핵을 넣어 복제 수정란을 만드는 기법이다. 복제 수정란을 대리모에 착상하면 체세포를 제공한 개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얻을 수 있다. 1996년 영국에서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킬 때 사용된 기법이기도 하다.
‘돌리’의 탄생 이후 수많은 연구진이 같은 기법을 활용한 영장류 복제에 힘썼으나 지금껏 모두 실패했다.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기 직전 단계인 ‘배반포기’까지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CAS 연구진은 복제 수정란의 발달을 활성화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5년간 연구에 매진했다. 원숭이의 복제 수정란을 만들 때부터 실제 상태와 최대한 가깝게 제작했고, 핵을 제거한 원숭이 난자에 넣어 줄 체세포 핵을 원숭이 성체가 아닌 태아로부터 분리해 넣었다. 이후 난제였던 배반포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복제 수정란이 잘 발달하도록 여러 화학물질을 처리하는 방식을 썼다.
CAS 연구진은 총 109개의 복제 수정란을 만들어 21마리의 원숭이 대리모에 나눠 착상시켰다. 그 결과 6마리의 대리모가 임신에 성공했고 이 중 2마리가 새끼를 낳았다. 새끼 원숭이는 체세포를 제공한 태아와 유전자가 일치했다.
이렇게 탄생한 두 마리의 원숭이에게 CAS 연구진은 ‘중중’과 ‘화화’라는 이름을 각각 선물했다. 이는 중국을 뜻하는 ‘중화’에서 한 글자씩을 따온 것이다. 또 연구가 별 탈없이 진행된다면 이달 말 세 번째 복제 원숭이인 ‘멍멍’이 태어난다는 말도 전했다.
세계 최초의 원숭이 복제 소식이 전해지자 다음 차례는 인간이 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과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CAS 연구진의 방법이 비효율적이며 위험하다는 것이 이유다.
CAS 연구진을 이끈 순창 주임도 “이번 사례로 의학계는 뇌신경질환이나 암 같은 사람의 질환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도 인간 복제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