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오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며 격하게 흐느꼈다.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업무 외에 다른 일 하는 걸 본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그는 “관저든 집무실이든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25일 열린 공판에서 이 전 비서관은 증인석에 앉았다. 피고인석은 비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재판을 보이콧했다. 이 전 비서관은 남현우 변호사가 과거 박근혜정부 청와대의 경제정책에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역할과 관련해 신문하며 “증인(이재만)도 경제학 박사여서 경제정책에 관심이 많지 않느냐”고 묻자 “대통령님께서는 저에게 그런 말씀을 하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수초 간 침묵하던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박 전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 고생하더라도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고 말을 어렵게 이었다. 그런 뒤 “정말 열심히 정책도 만들고 국가와 미래를 위해 열심히 하셨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오열했다.
느린 말투로 또박또박 1시간 넘게 답변을 이어온 이 전 비서관이 갑자기 격한 감정을 드러내자 당황한 변호인은 “물을 드시고 좀 고정하시라”며 그를 달랬다. 증인신문을 마친 뒤에는 눈이 붓고 감정이 가라앉은 듯한 표정으로 퇴정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정호성 전 비서관처럼 박 전 대통령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이 안봉근 전 비서관의 증언 내용을 거론하며 “업무보고 당시 최순실씨가 관저에 함께 있었느냐”고 묻자 “업무보고를 하게 되면 최순실씨는 알아서 스스로 자리를 피했다. 몇 번 의상을 갖고 나가기도 하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순실씨의 특활비 메모와 관련해 “최순실씨에게 2013~2015년 명절 휴가 지급 내용을 알려준 적이 있냐”고 묻자 “현재 관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