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빙상경기연맹의 황당한 실수로 평창올림픽 출전이 무산 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노선영(29)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빙상연맹의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쏟아지고 있다. 큰 대회마다 반복되는 빙상연맹의 ‘무능함’에 국민 불신은 극에 달했다.
25일 오전 11시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에 등록된 빙상연맹 관련 청원은 90여건이다. 이중 60여건이 노선영의 소식이 전해진 24일 이후 올라왔다. 청원인들은 “선수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있다”며 빙상연맹을 철저히 조사해 관계자들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빙상연맹을 ‘적폐’라고 비난하는 글도 다수였다.
한 청원인은 ‘빙상연맹 관계자들을 처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을 달고 “노선영 선수가 올림픽 결단식이 있는 오늘 빙상연맹으로부터 선수촌을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동료 선수들에게 누가될까봐 조용히 홀로 빠져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적었다.
그는 “4년 동안 선수는 물론 그 가족의 꿈과 희망을 한순간에 짓밟아 놓고도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고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며 “이번 사건을 면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러한 억울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관련자들을 단호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스피드스케이팅 팀 추월 경기를 준비하던 노선영은 지난 20일 올림픽 출전자격을 얻지 못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빙상연맹의 착오 탓이다. 연맹은 팀 추월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가 반드시 개인 종목 출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규정을 뒤늦게 인지했다. 평창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노선영은 허망하게 선수촌을 떠났다. 노선영과 팀 추월을 준비해 오던 선수들 또한 새로운 선수와 다시 훈련해야하는 상황이다.
노선영은 2년 전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난 전 쇼트트랙 대표팀 노진규의 친누나다. 노선영은 지난해 10월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동생이 나가고 싶어했던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그가 이를 악물고 버틴 이유였다.
노선영은 25일 인스타그램에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라고 적으며 “나는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인데 왜 나와 우리 가족이 이 슬픔과 좌절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글 말미에는 “나는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며 “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고 썼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