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규는 금메달 만들기에 이용당했고, 나는 금메달 만들기에서 제외당했다.”
평창올림픽 여자 팀추월에서 메달 기대를 모으던 노선영이 대한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자 SNS를 통해 울분을 토했다. 온라인에서는 소치올림픽 직전 골육종 진단을 받은 동생 노진규와 평창 올림픽 직전 출전이 좌절된 누나 노선영의 사연이 네티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노선영은 24일 오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4년 전 연맹은 메달 후보였던 동생의 통증 호소를 외면한 채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급급했다. 현재 메달 후보가 아닌 나를 위해선 그 어떤 노력이나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이어 “나와 내 동생, 우리 가족의 꿈과 희망을 짓밟고 사과는커녕 책임 회피하기에만 바쁘다”고 연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연맹인가. 난 지금까지 시키는 대로 훈련했을 뿐인데, 왜 나와 우리 가족이 이 슬픔과 좌절을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나는 더 이상 국가대표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고 국가를 위해 뛰고 싶지도 않다. 빙상연맹은 우리 가족의 마지막 희망마저 빼앗았다”고 적었다.
노선영은 지난 20일 돌연 올림픽 출전 불가 통보를 받았고, 23일 퇴촌 명령을 받았다. 국제빙상연맹(ISU)의 규정은 자동 출전인 팀추월 출전 선수라 해도 개인 종목 출전권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 연맹은 대회 20일 전까지도 이를 몰랐다. 연맹은 ISU가 지난해 10월 잘못된 규정을 알려줬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퇴촌 명령을 받고 24일 태릉선수촌에서 짐을 뺀 노선영은 “단지 평창이기 때문에 4년을 더 한 것”이라고 했다. 동생 진규의 마음으로 조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멋지게 마무리하려고 했다. 동생 고(故) 노진규는 소치올림픽 직전 골육종 진단을 받았고 2016년 4월 3일 세상을 떠났다.
노진규는 골육종에도 불구하고 소치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진통제를 먹어가며 훈련했다고 한다. 그는 심하게 부은 어깨를 하고도 별거 아니라고 웃으며 동료와 소치 올림픽을 준비했다. 안상미 쇼트트랙 해설위원은 2014년 1월 당시 노진규의 이같은 몸 상태를 블로그에 남겼다. 안 위원은 “너무 심하게 부어 올라 있어 저도 괜찮은 거나며 만져 봤다”며 부어 올라 이미 딱딱하게 굳어있던 근육들 괜찮은 거냐고 물어보면 괜찮다는 말만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남매의 비극을 접한 네티즌들은 노선영의 SNS에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댓글에는 “가슴이 찢어지네요 정말” “그 억울한 마음, 꼭 기억할게요” “선영선수가 흘린 땀과 눈물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라는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