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여관 방화범 검찰 송치 “왜 불 질렀나?” 묻자 “…”

입력 2018-01-25 09:27
종로 여관 방화 사건 피의자인 유 모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는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범인은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송 차량에 올랐다.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사과의 말도 없었다. 서울 종로의 여관에서 성매매를 하려다 거절당하자 불을 지른 피의자 유모(52)씨는 25일 검찰로 송치됐다. 투숙객 6명을 숨지게 한 그에게 경찰은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숨진 이들 중에는 어려운 형편에 큰맘 먹고 서울여행에 나섰던 세 모녀도 있었다.

유씨는 오전 7시50분쯤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호송 차량에 탑승했다. “왜 불을 질렀나” “만취상태였나” “피해자들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일 새벽 3시쯤 종로의 S여관에서 업주 김모(71·여)씨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여관 입구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모(61)씨 등 6명이 숨지고 박모(56)씨 등 4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내가 불을 질렀다”고 112에 직접 신고한 유씨를 여관 인근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유씨는 정신병력이 없었다.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약도 없었다. 유치장에 들어갈 때도 약물을 소지하지 않았고 경찰에 약물을 요청한 사실도 없다. 검거 후 경찰이 “왜 불을 질러놓고 자수를 했냐”고 묻자 “펑 터지는 소리가 나서 도망가다 나도 모르게 112에 신고했다. 지금 멍하다”고 답했다.

방화로 불에 탄 서울 종로 S여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는 지난 22일 사망자 6명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고 "6명 모두 화재로 인한 사망"이라는 1차 소견을 냈다. 사망한 김모(55)씨, 이모(62)씨, 김모(54)씨 유가족은 빈소를 차리고 장례를 치렀다.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방학을 맞아 서울로 여행을 왔다 참변을 당한 박모(34·여)씨와 14세, 11세 두 딸은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추가로 DNA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세 모녀의 DNA검사 결과가 나온 뒤 고향인 전남 장흥에 빈소가 차려질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부상자와 유족들에게 검찰에게 범죄피해 구조금 및 장례비, 의료비 등 경제적·심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피해자 보호활동을 적극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