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한·미FTA는 재앙, 일자리 20만개 잃었다”

입력 2018-01-24 22: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면서 또다시 한국을 공격했다. 삼성과 LG를 거명하며 미국 내 공장을 짓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는 재앙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은 “세이프가드 발동은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세이프가드에 서명하면서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 수입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를 확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조치가 LG와 삼성이 미국에서 세탁기 공장을 짓겠다는 최근의 약속을 철저히 지켜나갈 강력한 유인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은 당초 일정을 앞당겨 지난 12일부터 기존 미국 공장을 활용해 연 100만대 규모의 세탁기 생산을 시작했다. 새로 부지를 확보하느라 현지 생산이 늦어진 LG도 오는 10월부터 미국 공장에서 세탁기를 생산키로 하는 등 당초 계획을 앞당겨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삼성과 LG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처럼 호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공장들은 우리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세탁기 산업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제조업체들이 미국에 와서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을 만들 것”이라며 “이번 행정명령은 공정무역의 원칙을 지키고 미국과 미국 기업이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을 거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무역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한·미 FTA는 일자리 20만개를 창출하기 위한 협정이었지만 거꾸로 일자리 20만개를 잃었다”며 “한·미 FTA는 재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사설을 통해 외국산 태양광 제품과 세탁기에 대한 관세 부과는 큰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은 세이프가드 발동이 미 기업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하면서 물가 인상과 일자리 위협, 동맹국의 반감과 보복 자극, 청정에너지 발전 지연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사설에서 “세이프가드가 향후 수년간 태양광 제품과 세탁기 가격을 높이겠지만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AP통신도 이번 조치가 미국 태양광 설치 산업을 둔화시키고 소비자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