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22·한체대·삼성증권 후원·58위)의 ‘돌풍’은 해외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남자 프로테니스 세계 톱랭커를 연달아 격파하고 4강에 진출한 아시아의 신성을 흥분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보고 있다. 미국 포털사이트 야후에선 정현의 이름이 이슈 키워드에 올랐다.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 로드레이버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27·미국)을 3대 0(6-4 7-6<7-5> 6-3)으로 격파했다. 4강에 진출해 상금 88만 호주달러(7악5500만원)를 확보했다. 성적과 상금에서 한국 선수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1905년 출범해 메이저대회로 자리를 잡은 이 대회에서 남자단식 4강까지 진출한 아시아 선수는 1932년 사토 지로(일본)에 이어 86년 만에 처음이다.
정현의 승승장구는 행운이 아니었다. 대진표는 수월하지 않았다. 1회전 상대 미샤 즈베레프(31·독일·35위), 2회전에서 만난 다닐 메드베데프(22·러시아·53위) 모두 정현보다 상위 랭커였다. 톱랭커도 있었다. 3회전에서 만난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는 세계 4위다. 지금 세대 테니스계에서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4위)보다 강력한 상대로 평가된다. 정현은 즈베레프를 3대 2(5-7 7-6<7-3> 2-6 6-3 6-0)로 꺾었다.
클라이맥스는 16강전이었다. 자신의 영웅인 조코비치를 제압했다. 이런 정현에게 샌드그렌은 어렵지 않은 상대였다. 샌드그렌 역시 정현만큼 이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스탄 바브린카(32·스위스·8위), 도미니크 팀(24·오스트리아·5위) 등 세계 10위권 랭커들을 연달아 격파하고 정현과 만났다. 정현은 샌드그렌의 강서브를 받아내면서 맞은편 코트 구석을 공략했다. 그렇게 샌드그렌의 힘을 빼고 승리를 따냈다.
정현의 ‘돌풍’은 조국 한국, 개최국 호주를 넘어 미주, 유럽까지 강타하고 있다. 정현은 세계 58위로 중위권의 강자지만 톱랭커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해외에서 덜 알려진 선수다. 정현이 ‘라이징스타’로 떠오른 이유는 여기에 있다. 호주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정현의 사진으로 채워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현의 영문명 ‘Chung Hyeon’이 이슈 키워드로 떠오르기도 했다. 오후 5시30분 현재 미국 포털사이트 야후 ‘트렌딩 나우(Trending Now)’ 항목에서 이 키워드는 5위에 올라 있다. ‘트렌딩 나우’는 국내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항목과 같은 개념이다. 이 키워드를 클릭하면 정현을 다룬 외신, 그의 생애와 이력을 소개한 인터넷 백과사전 항목이 표시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