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24일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파크에서 열린 테니스 샌드그렌과의 2018 호주 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3대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인 최초로 테니스 메이저대회 8강에 오른데 이어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뤄내며 한국 테니스의 전설을 썼다. 과거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에 비견될만한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된다.
정현은 한국에선 불모지로 여겨졌던 영역인 피겨스케이팅과 수영에서 정상의 자리를 꿰찼던 김연아와 박태환이 걷는 행보와 비슷하다. 과거 김연아와 박태환은 스포츠로 대한민국을 환희로 물들이며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정현이 했던 지난해 연말 결산 인터뷰 발언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시 정현은 김연아와 박태환과 비교되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 대단한 선수들과 비교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밝혔던 정현은 “몇 년 뒤에는 테니스도 피겨스케이팅이나 수영처럼 인기 종목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모든 선수들이 노력하고 있다. 꿋꿋이 하다보면 그런 날이 올 것”이라고 겸손함을 드러냈다.
정현이 말한 ‘그런 날’이 마침내 온 것 같다. 테니스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은 정현으로 인해 테니스 신드롬이 불고 있다. 마니아층만 했던 테니스에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키며 벌써부터 국내 테니스 센터들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새로운 역사를 쓴 정현 역시 대국민적 사랑을 받으며 영웅으로 떠올랐다.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그가 입은 티셔츠, 스포츠 고글, 테니스 라켓, 손목밴드, 시계 등 모든 패션 아이템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현이 이제 넘어야할 산은 4강전 유력 상대로 꼽히는 로저 페더러다. 토마시 베르디흐와 8강전을 앞두고 있는 페더러는 2008년까지 연속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한 선수로,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진정한 ‘테니스의 황제’다.
피겨와 다르게 테니스는 전세계에서 10억명 이상이 즐기는, 개인 종목 가운데 압도적인 최고 인기 스포츠다. 김연아와 박태환을 넘어 한국과 아시아를 넘는 ‘글로벌 스타’. ‘황제’에 도전하는 정현의 전설은 이제 시작됐다.
송태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