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음달 9일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23일 총리 관저에서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고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주최하는 입장”이라며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해 일본 선수들을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갈등을 의식해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지만 주변 기류는 참가 쪽으로 흘렀다. 집권 자민당의 다케시타 와타루 총무회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스포츠 축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필요는 없다”며 아베 총리가 평창 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국민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도 이런 여론을 수용해 방한 일정을 잡는 대신 한·일 간 민감한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전략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위안부 합의 관련 한국의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합의에 대해 한국이 일방적으로 재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서도 당연히 강하게 (철거를)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관련 남북 대화에 대해서도 대북 압박 기조와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방침이 흔들려선 안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청와대도 아베 총리의 방한 일정을 협의중이라고 확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가 오전 주일 한국대사관에 아베 총리 방한 협의를 공식 요청해왔다”며 “아베 총리 방한을 위해 양국 정부가 잘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