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하자니… 나서자니… MB ‘김희중 딜레마’

입력 2018-01-24 08:04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이 ‘김희중 딜레마’에 빠졌다.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측에 불리한 증언을 하는 김희중(사진)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김 전 부속실장은 1997년부터 이 전 대통령의 비서 역할을 한 최측근 인사다. 정두언 전 의원은 그를 가리켜 “MB의 그림자고, 분신이고, 걸어다니는 일정표”라고 표현했다.

그런 김 전 부속실장이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서 ‘키맨’으로 부상했다. 김 전 부속실장이 내부고발자 역할을 하자 정치보복 프레임은 힘을 잃었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23일 “이 전 대통령을 무조건 엄호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고민에 빠졌다. 김 전 부속실장을 ‘배신자’로 몰아세우자니 이 전 대통령의 비밀을 속속들이 아는 그의 메가톤급 추가 폭로가 걱정되는 모양새다. 그렇다고 계속 침묵을 지키자니 김 전 부속실장의 진술을 시인하는 것처럼 비칠까봐 근심 가득한 표정이다. 김 전 부속실장의 진술을 문제 삼으려고 해도 전직 대통령이 자신을 보좌했던 비서와 진실 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보이는 게 부담이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 인사는 “김 전 실장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정동기 전 민정수석과 강훈 전 법무비서관 등 측근들을 중심으로 법률팀을 꾸렸다. 테니스가 취미인 이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8강에 오른) 정현 선수의 쾌거가 평창올림픽을 앞둔 우리 선수들에게도 큰 용기와 힘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하윤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