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 ‘색깔’ 뒤집어 쓴 평창

입력 2018-01-24 06:12

靑, 심상찮은 여론에 당혹
野의 색깔론 정면대응 나서
“과거 같으면 초당적 협력
평양올림픽 딱지 이해안가”

전문가 “北 속셈 모르는데
지나치게 끌려다니는 느낌
국민들 박수보다 경계심”

청와대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특히 ‘평양올림픽’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방남 등을 둘러싼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단일팀 구성에 대한 20, 30대의 비판은 받아들이되 야당의 색깔론은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중도 반영돼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평창올림픽 관련 대변인 입장문’을 통해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평화를 넘어 동북아, 세계 평화를 앞당길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평화 올림픽”이라며 “여기에 ‘평양올림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송월 단장 방남은) 우리가 유치한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이 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비판을 겨냥한 것이다. 청와대의 평창올림픽 관련 입장 표명은 21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입장문 발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에 이어 사흘 연속 이어졌다.

박 대변인은 여야가 합의 처리했던 2010년 평창올림픽 유치결의안, 2011년 평창올림픽특별법 내용을 언급했다. 결의안에는 평창올림픽이 동북아 평화와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특별법에는 남북 단일팀 구성 합의 시 국가가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야권의 공격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지적한 셈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여당 원내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과거에는 올림픽 같은 국가적 사안에 대해선 초당적 협력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010∼2011년에 비해 현재 한반도 상황이 더욱 엄중하다”며 “그만큼 평화 올림픽의 필요성이 훨씬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평화 올림픽을 치르는 건 좋은데 북에 지나치게 끌려 다니는 모습과 성급한 단일화 논란으로 민심 동요가 있다는 걸 청와대도 느끼는 것”이라며 “야당의 색깔론이 먹힌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이 지나치게 성급한 대북 접근에 경계심을 갖는 부분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이런 의식이 생기는 건 북한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며 “이런 흐름을 청와대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인 걸로 본다”고 말했다.

보수 야당은 청와대가 본질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분노에 대한 사죄는 없고 온통 남북 단일팀에 대한 합리화와 북한의 참가가 세계 평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선전만 넘쳐난다”며 “올림픽이 북한 체제 선전장으로 전락했는지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 선발대는 25일 내려오고, 북한 선수단은 다음달 1일 내려온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본격화되면 남남 갈등 역시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글=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