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트랙만큼 굴곡진 16년… 평창 출전 무산 위기

입력 2018-01-23 18:42
안현수(오른쪽)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당시 연인이던 아내 우나리씨와 눈물을 흘리고 있다. 국민일보 DB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33)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새로운 조국 러시아의 도핑스캔들로 ‘중립국 선수’ 출전을 추진했지만 이마저 국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승인받을 기회를 놓쳤다.

러시아 국영통신 타스는 22일(현지시간) “체육당국이 금지약물 규정 위반으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당한 선수들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 절차를 진행한다”며 39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안현수는 이 명단에 없었다.

영국 스포츠지 인사이드게임은 “안현수가 러시아의 도핑스캔들에 연루됐다”고 전했다. 다만 안현수가 금지약물 검출 명단에 실제로 포함됐는지, IOC로부터 전방위 퇴출을 당한 러시아 국가대표의 일원으로 소명의 기회를 얻지 못했는는 확인되지 않았다.

IOC는 지난달 6일 스위스 로잔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선수의 집단적 금지약물 복용이 국가 주도로 이뤄진 러시아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다음달 9일 개막한다.

러시아 국적 선수가 출전하기 위해서는 금지약물 복용 이력이 없다는 사실을 IOC에 증명해야 한다. IOC 심사를 통과하면 ‘러시아 국가대표’가 아닌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lympic Athlete from Russia·OAR)’ 자격을 얻는다. 러시아 선수들 중 일부는 체육당국의 도움을 받아 CAS 항소 절차를 통해 OAR 자격 취득을 시도하고 있다.

OAR 선수는 조국 국기를 가슴에 붙일 수 없다. 올림픽 상징인 오륜기로 대신한다. 금메달을 획득해도 러시아의 것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시상식장에선 러시아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연주된다. 중립국 선수로 분류되는 셈이다. 국가대표를 소집할 수 없는 내전국, 신생국 선수들이 이 방법으로 출전한다.

러시아는 동·하계를 가리지 않고 여러 종목 선수들이 도핑스캔들에 휘말려 수년 간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국가 차원의 주도·은폐가 발각된 올림픽 사상 최악의 도핑스캔들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30대로 들어선 안현수의 생애 마지막이 될지 모를 올림픽이다. 안현수는 초등학교생 때부터 스케이트부츠를 신었다. 국가대표로 발탁된 시점은 2002년. 그해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강원도 평창은 안현수가 생애 네 번째로 도전한 올림픽 트랙이다. 더욱이 한국은 7년 전까지 조국이었다. 안현수에게 평창동계올림픽은 누구보다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안현수는 2006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달성한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이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대표팀의 오랜 파벌 싸움, 2010년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단 등으로 암흑기를 보냈다. 이 과정에서 엇갈린 여론에 휘말려 2011년 12월 러시아로 귀화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은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하고 처음 출전한 올림픽이었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남자 500m, 1000m, 5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남자 1500m 동메달도 수확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