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집안일을 하고, 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돌보고, 일하고 돌아온 남편을 웃으면서 맞이하는 여성. 20세기 중반 광고에서 묘사된 ‘완벽한 여성’은 이런 모습이었다. 그리고 2018년, 레바논의 사진작가이자 아티스트인 엘리 레즈칼라는 그 시대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부조리했는지 보여준다. 단지 남녀의 역할을 뒤바꿨을 뿐이다.
레즈칼라가 최근 선보인 ‘평행한 우주’ 시리즈는 1940~1960년대 실제 광고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레즈칼라는 넥타이, 청소기, 맥주, 타이즈, 세제 등 지극히 평범한 제품의 광고를 선별했다. 반면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는 평범하지 않다. ‘여성은 부엌을 떠나면 안 된다’ ‘그녀에게 남자의 세계라는 걸 보여줘라’ ‘여성이 뚜껑을 열 수 있다고?’ 등의 카피문구가 쓰였고 남성이 여성의 머리를 밟고 서 있거나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는 모습 등이 담겼다. 당시의 성차별적 시선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레즈칼라는 지난 추수감사절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 프로젝트의 영감을 얻었다. 삼촌들이 “여성은 요리나 집안일 같은 ‘여자의 일’을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모든 남성이 삼촌들처럼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여전히 일부는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평행한 우주’를 상상했죠. 뒤바뀐 성역할에서 남성들은 성차별이라는 독을 맛볼 수 있을 겁니다.”
레즈칼라는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광고들은 50년대에 만들어졌고 ‘빈티지’하게 보인다. 하지만 삼촌들의 얘기를 듣는 순간 오늘날 사회에서도 여전히 그런 성차별 요소가 존재한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참고로, 레즈칼라 역시 남성이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