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아빠에게 부탁한 것은 화분에 물을 주는 일이었어요.”
평생을 풋풋한 연인처럼 사랑하며 살아온 부부의 마지막 순간, 역시 연인 사이에 오갈 법한 ‘장난’이었다. 영국 런던에 사는 안토니아 니콜은 최근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전혀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화분 하나가 사진에 담겨 있었다. 이에 트위터 이용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어떤 사연이었을까.
그는 사진과 함께 짤막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엄마는 세상을 떠나기 전, 아빠에게 욕실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라고 부탁하셨어요. 아주 진지하셨죠.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최선을 다해 화분을 돌봤어요. 그 화분을 굉장히 사랑하셨습니다. 이사를 준비할 때 당연히 화분도 함께 가져가기로 했어요. 그러던 도중 알았어요. 화분에 심어져 있던 식물은 플라스틱 장난감이었어요!”
2013년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니콜 어머니의 유언은 뜻밖에도 ‘화분 가꾸기’였다. 평소 유쾌하고 긍정적이던 이였기에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도 다른 것이리라 믿었다.
아내가 떠나고 남편은 아내 빈자리가 너무도 힘들었다. 그때 유언을 떠올렸다. 남편의 하루 일상은 ‘화분에 물 주기’로 시작됐다. 아내가 남긴 소중한 선물인 듯 건강하게 자라주기만을 바랐다.
그러던 중 이사를 앞두고 조심스럽게 화분을 옮기는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화분은 살아있는 식물이 아니었다.
니콜은 “엄마 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니콜의 아버지도 “어쩐지 ‘왜 이렇게 건강할까?’ 생각했다”며 멋쩍어했다. 아울러 니콜은 “이 사실을 생각할 때마다 엄마가 옆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면서 “엄마는 유쾌하고 유머감각이 남달랐다”고 추억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