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세요” 집주인에 돈다발 남기고 세상 떠난 남성

입력 2018-01-23 10:09 수정 2018-01-23 10:11

부산에서 홀로 살던 6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평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준 집주인 노부부에게 수백만원의 돈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23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22일 낮 12시쯤 사상구의 한 주택 단칸방에서 A(65)씨가 숨져 있는 것을 B(70)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씨 방안에서는 집주인 B씨 부부에게 전하는 유서와 함께 5만원권과 1만원권으로 구성된 670만원 상당의 돈다발이 발견됐다.

A씨의 유서에는 집주인인 B씨 부부를 ‘아저씨, 아주머니’라고 부르며 “제 몫까지 오래 사세요. 저는 저승으로 갑니다. 돈 놓고 가니 잘 쓰세요”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30년 전 이혼 한 뒤 가족과 연락을 끊고 혼자 10년 전부터 이 주택에 세들어 살았다. 그는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약 2년 전부터 일자리가 끊겨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도움을 받으며 집에서 주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부부는 A씨의 처지를 알고는 틈틈이 음식을 챙겨주고 건강을 염려하는 말을 자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A씨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신변을 비관하는 말을 자주 하자 A씨 집을 드나들며 건강을 챙기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A씨 방에 외상이나 외부침입흔적 등이 없고, 유서 등이 발견된 점등을 미뤄 A씨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