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부분 지역에 23일 강추위가 찾아왔다. 중부지방의 아침 최저기온은 서울 -13도, 인천 -12도, 수원 -12도, 춘천 -13도, 대전 -10도 등이었다. 광주 -4도, 대구 -5도 등 남부지방도 영하로 내려갔다. 낮 최고기온 역시 부산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영하권에 머물 것으로 예보됐다. 서울은 낮에도 수은주가 -9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이번 겨울은 ‘삼한사온(三寒四溫)’이 비교적 규칙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차가운 대륙고기압의 수축과 팽창에 따라 강추위가 며칠 이어지다 기온이 상승하고, 따뜻한 날씨가 계속된다 싶으면 다시 한파가 찾아온다. 1월 둘째 주에 ‘최강 한파’가 닥쳐왔고, 셋째 주에 온화한 날씨를 보이더니 이번 주 다시 강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이 패턴에 새로운 현상이 끼어들었다. 미세먼지가 삼한사온 중 ‘사온’에 맞춰 어김없이 기승을 부린다. 따뜻했던 지난 주 내내 서울은 탁한 먼지에 갇혀 있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여러 차례 발동됐다.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을 넘어 ‘매우 나쁨’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랬던 하늘이 한파가 찾아오면서 쾌청해졌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미세먼지 농도는 ‘좋음’ 수준인 26㎍/㎥를 기록했다.
전북, 경남, 부산, 울산,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이날 오전 미세먼지 상태는 ‘좋음’이다. 서울의 평균 농도는 21㎍/㎥로 측정됐다. 인천 21㎍/㎥, 경기 23㎍/㎥, 강원 16㎍/㎥, 충북 20㎍/㎥, 경북 27㎍/㎥, 대구 28㎍/㎥, 광주 25㎍/㎥ 등이다. 대도시 지역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낮은 수준의 미세먼지 수치가 이날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대기 정체’에서 찾는다. 한반도의 겨울 한파는 북쪽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불어와 한반도의 대기가 움직일 때 대기 중 먼지도 함께 이동해 탁한 공기가 사라진다. 반면 대륙고기압의 수축으로 냉기가 유입되지 않을 때는 기온이 올라가고 한반도의 대기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된다. 정체된 대기 중에 미세먼지가 계속 쌓여 농도가 치솟는 상황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1월 둘째 주는 이번 겨울 들어 최강 한파가 한반도를 덮쳤다. 서울의 체감기온이 영하 23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강은 꽁꽁 얼어붙었다. 주중에 뚝 떨어졌던 수은주가 성큼 올라선 주말(1월 13~14일), 수도권 하늘은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한파가 한풀 꺾이면서 텁텁한 먼지가 냉기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14일 오후 서울·경기와 충북, 대구·경북을 포함한 전국의 미세먼지(PM10) 수준은 ‘나쁨’을 기록했다.
이번 겨울에 미세먼지가 특히 기승을 부린 12월 말과 1월 셋째 주 날씨의 공통점은 기온이 크게 올라 따뜻했다는 것이다. 1월 17일 오전 5시 주요 도시 기온은 서울 3.0도, 인천 1.7도, 수원 2.3도, 춘천 0.7도, 강릉 5.2도, 청주 2.9도, 대전 3.5도 등이었다. 낮 최고기온도 5∼10도였다.
반면 ‘최강 한파’가 무서운 기세로 전국을 얼렸던 1월 둘째 주 수도권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1월 12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15도 안팎을 기록했고, 낮 최고기온도 -5.4도였다. 이날 미세먼지 수치는 25㎕로 ‘좋음’ 수준을 보였다. 오후 4시를 기준으로 -8.5도를 기록하며 가장 추웠던 지난 11일 역시 미세먼지 농도는 33㎕에 불과해 ‘좋음’과 ‘보통’의 경계에 있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