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미 부통령 “내년 말까지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

입력 2018-01-23 00:08 수정 2018-01-23 01:20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오른쪽)가 22일 미국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맞이하면서 기자들에게 흥분된 얼굴로 말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인정에 네타냐후 총리는 들뜬 기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스라엘을 방문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내년 말까지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이스라엘 의회에 참석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사관 이전 준비를 시작하라고 국무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대사관 이전의 구체적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펜스 부통령을 맞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을 방문한 세계의 고위 인사가 ‘세 단어(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를 당당히 입에 올리기는 처음”이라며서 “트럼트 대통령의 선언은 역사적이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동맹이 지금처럼 강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 결의안과 국제 사회의 기존 규정을 무시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앞으로 미국대사관 이전 작업이 실제로 진행되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펜스 부통령은 이날 팔레스타인 측에는 협상 테이블에 복귀해 이스라엘과 평화회담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은 지난 2014년부터 교착 상태이며 다시 열리지 못하고 있다.

한편 펜스 부통령의 연설 동안 이스라엘 의회의 아랍계 의원들은 항의의 표시로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수도”라고 적힌 종이를 들거나 그 내용을 외쳤다가 퇴장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인구 800만 명 중 아랍계는 150만 명이 넘으며, 이스라엘 의회 120석 중 아랍계 의원은 모두 13명이다.

펜스 부통령은 23일에는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을 면담하고 ‘통곡의 벽’과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추모관을 찾을 계획이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펜스 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 반발하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베들레헴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항의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