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각지에서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며 시작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중국에도 당도했다. 새해 첫날부터 지도교수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발이 나왔고, 보름도 안 돼 비슷한 성추행 고발이 잇따랐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미투’ 바람이 정부 비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오히려 피해 고발을 단속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일본 서일본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의 한 대학생은 대학 내 성추행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구하는 온라인 게시글을 작성했지만 당국은 이를 삭제했다. 신문은 중국 시진핑 체제 하에서 인권활동과 언론자유가 탄압받는 상황을 지적하며 “일련의 (미투) 운동은 정부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중국 당국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문제와 관련한 피해 호소는 정치적 위험을 수반하는 만큼 (미투) 고발 운동의 효과가 어디까지 증폭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뤄첸첸 박사는 지난 1일 12년 전 중국 베이징항공대에서 박사과정를 밟던 중 지도 교수였던 천샤오우(46)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고발했다. 천 교수는 중국 교육부가 학문적 성과가 뛰어난 학자에게 주는 ‘창장(長江)학자’ 칭호까지 받았지만, 그간 뤄 박사를 포함해 7명의 여학생에게 성폭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뤄 박사는 천 교수를 항공대 기율검사위원회 감찰처에 고발하고 자신을 포함한 성폭행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제출했다. 뤄 박사는 천 교수의 성추행에 따른 후유증으로 박사학위 과정 내내 우울증과 환청, 환각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또 피해 학생 한 명은 성폭행으로 임신까지 했다고도 전했다.
뤄 박사의 게시물은 순식간에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대학 측은 천 박사의 교원 자격을 취소했다. 교육부도 ‘창장학자’ 칭호를 철회하고 장려금 반환 청구를 결정했다.
지난 13일에는 한 여성 누리꾼이 베이징 대외경제무역대학의 쉐모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발했다. 이 누리꾼은 뤄 박사의 성폭행 폭로를 보고 용기를 얻었다며 ‘미투’ 운동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그는 쉐 교수가 2016년 마스크를 선물해준다며 자신을 기숙사로 데리고 간 뒤 ‘남성의 욕망’을 핑계로 성폭행을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태스크포스를 꾸려 진위여부 확인에 나섰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