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여관에 불을 질러 10명의 사상자를 낸 유모(53)씨가 자수를 한 이유에 대해 ‘펑 터지는 소리’에 놀라 112에 신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22일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된 유씨에 대해 2차 조사를 진행했다. 유씨는 이날 ‘왜 본인이 죄를 졌는데 자수했느냐’는 질문에 “펑 터지는 소리에 도망치다가 나도 모르게 112신고를 했다. 지금 멍하다”고 말했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본인이 먹는 약은 없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치장 신체 수색 때도 소지한 약이 없었다”며 “추가로 약을 달라거나 먹은 약도 없다”고 말했다. 유씨의 정신병력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씨는 지난 20일 오전3시8분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서울장여관 입구에 불을 질러 이모(61)씨 등 6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크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여관 주인 김모(71·여)씨에게 성매매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불이 난 여관은 장기 투숙자가 많은 노후건물이었다. 화재 당시 유씨가 뿌린 인화물질 외에도 투숙객들이 사용한 부탄가스가 폭발하면서 화재를 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들은 ‘펑’ 하는 폭발음이 들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사고 당시 경찰은 김씨로부터 “건물이 타고 있다”는 신고를 받았고, 뒤이어 “내가 불을 질렀다”며 직접 112신고를 한 유씨를 여관 주변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