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선 ‘화형식’, 장충동선 “환영해요!”… 현송월의 1박2일

입력 2018-01-22 16:08

북한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내려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방남 이틀째인 22일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첫날에는 다소 경직돼 보였지만 둘째 날에는 긴장이 많이 풀린 듯 얼굴에 미소를 띠고 일정을 소화했다. 남측 풍경에 호기심을 보이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현 단장은 서울에서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 국립극장을 차례로 돌아봤다.

현 단장은 오전 9시7분에 강릉역에 도착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짙은 남색 코트, 모피 머플러, 앵클부츠 차림이었다. 취재진이 다가가 “식사 잘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대답 없이 살짝 미소만 지었다. 현 단장은 강릉 숙소였던 스카이베이경포 호텔에서 황태해장국으로 조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도 강릉역에는 현 단장을 보러온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시민들이 손을 흔들자 현 단장도 같이 손을 흔들면서 인사했다. 현 단장은 “강릉 시민들이 이렇게 환영해주는 걸 보니 공연을 성과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리 측 관계자에게 말했다. 현 단장은 서울로 향하는 KTX 안에선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나”라고 물었다. 우리 안내원은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 단장이 탄 KTX 열차는 두 시간쯤 달려 오전 11시5분 서울역에 도착했다. 임시편성 열차여서 현 단장 일행과 우리 정부 관계자들만 탑승했다. 경강선 KTX가 임시열차를 편성한 것은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 시승식 이후 처음이다.


현 단장 일행은 서울역을 빠져나오자마자 우리 측이 제공한 리무진 버스에 올라탔다. 서울역 광장에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 등 50여명이 항의집회를 하고 있었지만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북측 점검단을 크게 자극할 수 있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사진 및 인공기 소각 퍼포먼스는 버스가 떠난 뒤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 단장을 태운 버스는 올림픽대로를 타고 한강변을 달려 잠실 롯데호텔로 이동했다. 이들은 호텔 32층의 중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8인실에서 코스요리를 먹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 단장이 식사로 짬뽕을 주문하자 종업원이 “짬뽕은 매울 수 있다”고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현 단장 일행은 식사를 마친 후 버스를 타고 출발해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 국립극장 등을 돌아봤다. 장충체육관 앞에서 한 시민이 “현 단장님, 국민의 이름으로 환영합니다”라고 소리치자 현 단장은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이 시민은 ‘현송월 단장과 북한 점검단! 뜨겁게 환영한다’고 적힌 A4용지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현 단장 일행은 공연장을 둘러본 뒤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호텔로 이동해 만찬을 하고, 밤늦게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를 지나 북으로 돌아간다.

현 단장은 1박2일 동안 언론과의 직접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 북측은 현 단장 방남 전부터 언론 노출에 부정적인 입장을 판문점 연락관 채널로 여러 차례 전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은 ‘점검단은 시설점검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충실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현 단장은 국립극장 로비에서 한 기자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그를 보고 웃으며 “안녕하십네까”라고 화답했다.


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