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국대 탈락 이민지, “어떻게 기회박탈이 아니냐?”

입력 2018-01-22 15:10
사진 = KBS1 보도 화면 캡처

올림픽 대표팀 선발에서 최종 탈락된 여자 아이스하키 이민지 선수가 2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북 단일팀 결성에 대한 장문의 글을 남겼다.

“어제까지 올림픽이라는 큰 꿈을 함께 꾸며 땀흘려왔던 선수로서 지금 여자 아이스하키팀에게 닥친 이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힌 이민지 선수는 “이제는 잃을 것이 없는 제가 목소리를 내볼까 한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선수는 이와 같은 상황에도 어떠한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 올림픽 명단이 발표되기 전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처음 단일팀 이야기가 나왔을 때 당연히 불가능한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느꼈기에 지금은 기정사실화 된 이 상황이 아직도 믿기지 않고 답답한 상황이라 밝혔다.

이 선수는 “게임을 뛰는 선수는 1분 1초가 소중한데 단 몇 분이라도 희생하는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냐”며 “어떻게 선수들이 이 상황을 기분 좋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분노를 표했다.

이 선수의 발언은 지난 이낙연 총리의 “여자 아이스하키카 메달권에 있지 않다”는 발언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이 총리는 지난 16일 여의도 기자 간담회에서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관련해 “세계랭킹이 우리가 22위고 북한이 25위다. 그런 선수들 중에서 북한 선수가 되더라도 역량이 뛰어난 선수를 뽑아 섞어서 뛴다는 것은 우리 선수들도 큰 피해의식이 있지 않고, 오히려 전력 강화의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었다.

이 총리는 이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잇따르자 “제 발언에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런 저의 발언으로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 선수는 “나의 팀은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고 거기에 속해있는 동료로서 언니와 동생들을 끝까지 응원할 것이다”라며 “이 글을 보시는 분들만이라도 저희 여자 아이스하키 팀을 응원해 달라”는 호소와 함께 글을 마쳤다.


한편 사라 머레이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 팀 감독은 정부의 남북 단일팀 결성 발표 이후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만 바라보고 오랫동안 함께 조직력을 끌어올린 상황에서 자리를 빼앗긴다면 박탈감이 클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우려를 나타내며 “올림픽에 집중 할 수 없는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오전 진천선수촌을 찾아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훈련을 참관한 후 함께 오찬을 가지며 격려를 전했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해 여론이 들끓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 역시 일었다.

현재 이민지 선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게시글이 확산되며 논란이 잇따르자 SNS를 비공개로 전환한 상태다.

송태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