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전 점검단 첫날 일정
경의선 육로 통해 방남
서울역 거쳐 강릉행 KTX
경포대 인근서 점심식사 후
대형 공연장 잇달아 방문
황영조체육관 잠시 둘러보고
강릉아트센터선 150분간 점검
공연 장소로 낙점된 분위기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은 이번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현 단장은 짙은 감색 코트에 모피 목도리를 두르고 나타났다. 손에는 갈색 핸드백을 들었다. 왼손 약지에는 결혼반지로 추정되는 반지가 눈에 띄었다. 현 단장은 지난 15일 실무접촉 때 왼쪽 가슴 위에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달았으나 이번에는 식별되지 않았다.
현 단장은 이날 시종 여유 있고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지난번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 당시 차석대표 역할을 맡았던 현 단장은 이번에는 단장 자격으로 방남했다.
현 단장 등 북측 점검단 7명은 21일 오전 8시57분 베이지색 승합차를 타고 경의선 육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다. 이들은 이 차량을 타고 평양∼개성고속도로를 달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현 단장 일행은 오전 9시2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해 간단한 출입경 수속을 밟았다. CIQ에서는 우리 측 이상민 정부합동지원단 국장 등이 현 단장 일행을 영접했다. 현 단장은 우리 측 인사들을 본 뒤 먼저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하며 악수했다. 현 단장은 우리 측이 제공한 리무진 버스로 갈아타고 한 시간쯤 달려 서울역에 도착했다. 오전 10시26분쯤 역에 도착한 현 단장 일행은 경찰 호위를 받으며 강릉행 KTX 8호차에 올랐다. 현 단장은 취재 열기를 예상치 못한 듯 다소 굳은 표정이었다. ‘방남 소감’을 묻는 질문에 현 단장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우리 측은 현 단장 경호를 위해 강릉행 KTX 7호차의 출입을 통제했다. 외부에서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도록 현 단장 자리 주변에 있는 커튼을 모두 내렸다. 창가 좌석에 앉은 현 단장은 난방 상태를 평가하는 듯 “덥습니다. 바깥하고 안하고…”라고 말했다. 커튼 사이로 살짝 바깥을 내다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현 단장을 태운 KTX는 오전 10시50분 서울역을 출발해 낮 12시46분 강릉역에 도착했다.
강릉역을 빠져나온 현 단장은 우리 측 안내를 받고 버스에 올랐다. 여기서도 취재진이 몰려들어 질문을 던졌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현 단장 일행은 숙소인 강릉 경포대 인근 씨마크호텔을 찾아 점심식사를 했다. 이후 오후 3시쯤 버스를 타고 호텔을 나서 강릉 내 대형 공연장인 황영조기념체육관과 강릉아트센터를 잇달아 둘러봤다.
현 단장 등은 강릉아트센터에선 2시간30분간 꼼꼼히 시설을 점검했다. 강릉아트센터의 콘서트홀(사임당홀)과 분장실, 의상실 등을 둘러보고 점검했다. 콘서트홀에선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등을 틀어보며 음향도 점검했다. 이후엔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이동해 VIP실에서 우리 측 관계자들과 환담했다. 현 단장은 우리 측 인사들에게 “강릉 사람들이 따뜻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VIP실 테이블에는 생수 ‘평창수’와 초콜릿 등이 놓였다. 강릉아트센터는 998석 규모지만 최신식 건물이다. 사전점검단이 150분이나 아트센터를 둘러보면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은 이곳으로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앞서 찾은 황영조체육관은 단 10분만 둘러봤다. 1500석 규모인 황영조체육관은 크지만 1998년에 지어져 전체적으로 낡았다. 현 단장은 22일 서울로 이동해 서울 내 공연장을 돌아본다. 후보지로는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장충체육관 등이 거론된다.
조성은 기자, 강릉=공동취재단, 서승진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