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장교 부임 나흘 만에 주검 된 아들

입력 2018-01-21 16:29
게티이미지뱅크

19일 오전 A(58)씨에게 비보가 날아들었다. 아들(25)이 공군 장교 부임 나흘 만에 유서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A씨가 충북 충주 공군 전투비행단 도착했을 때 소위로 복무 중이던 아들 B소위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아버지는 사고가 나기 전날 아들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느닷없이 “길러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마지막이 될 줄 그 때는 미처 몰랐다.

19일 오전 7시10분쯤 B소위가 장교숙소에서 숨져 있는 것을 간부숙소를 지나가던 부대원이 발견했다. 21일 군은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B소위는 지난해 12월 1일 공군 학사장교로 임관해 교육을 받은 뒤 이달 15일 해당 부대에 배치됐다. 기본 교육을 받고 임관해 배치 받은 부대가 집이 있는 청주와 가까워 매우 좋아했다. 그게 불과 사망 나흘 전이다.

아버지 A씨는 “행정계장 업무는 한 달 정도 인수인계를 받아야 하는데 선임이 3일 만에 다른 부대로 발령이 났다”면서 “업무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힘들어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아들이 지인과 주고받았던 메시지에는 ‘죽고 싶다’는 말이 종종 나왔다. 부대 행정계장 직책에 대한 압박감인 듯 보였다. 메시지를 살펴보니 “대대 행정계장이라 일도 많고 어렵고 군기도 강하다”, “일을 하나도 모르겠다” 등의 내용이 남아있었다. 인수인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또 다른 유족은 “부대에 배치된 뒤 3일 간 저녁마다 회식에 참여했다”며 “술을 못 마시는 왜 회식에 계속 참석했는지 조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유족이 주장하는 모든 부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검 결과, 타살 등 특이점은 없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