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공연장 점검을 위해 서울, 강원도 강릉을 둘러봤다. 남색 코트, 털목도리, 핸드백, 하이힐로 세련미를 발산했고 긴장한 표정 속에 틈틈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우리 취재진의 질문엔 미소로만 대답했다.
현 단장과 북한 예술단 점검단 일행은 21일 오전 8시57분 경의선 육로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왔다. 오전 9시쯤 경기도 파주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해 남측 버스로 환승했다. 일행을 태운 버스는 오전 10시20분쯤 서울역 광장에 도착했다. 현 단장은 다소 경직된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현 단장은 김일성 전 북한 국방위원장에 의해 결성됐던 왕재산경음악단 소속 가수였다. 폐쇄적인 북한 사회와 다르게 현 단장의 분위기는 서구적이었다. 서울의 정취와 어울리는 세련미를 한껏 발산했다. 남색 코트를 입고 털목도리를 둘렀으며 발목을 살짝 덮은 검은색 하이힐을 신었다. 오른손엔 갈색 핸드백을 들었고, 왼손 약지엔 반지를 끼웠다.
현 단장 일행은 곧바로 서울역 승강장으로 이동해 오전 10시30분쯤 강원도 강릉행 KTX에 탑승했다. 열차는 오전 10시50분쯤 출발, 2시간여 뒤인 낮 12시45분쯤 강릉역에 도착했다. 서울역과 강릉역에서 만난 남측 기자들로부터 방남 소감, 일정 지연 사유 등 여러 질문을 받았지만 일절 답하지 않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옅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현 단장 일행과 취재진의 접촉을 통제하는 경찰 병력은 강릉역 통행로에 늘어섰다. 현 단장의 이동 과정에서 경호를 맡은 국가정보원 직원이 “불편해 하신다”며 기자들을 잡아 끌어 저지하며 질문을 차단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현 단장 일행은 삼지연관현악단의 평창동계올림픽 공연 일정 및 내용을 협의할 목적으로 남측에 넘어왔다. 남북은 앞선 실무접촉에서 북한 예술단 140여명의 올림픽 기간 중 서울, 강릉 공연을 합의했다. 현 단장은 가수 출신으로 북한 문화예술계를 이끌었던 자신의 안목으로 직접 우리 공연장을 살피고 평창동계올림픽 무대를 구상하고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현 단장 일행의 방남 일정은 1박2일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