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율곡로 돈화문 국악당에서는 자연음향 그대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무대가 마련됐다. 객석은 만원이었다.
2002년 광주광역시 임방울국악대전에서 판소리명창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한 시각장애인 정선화 명창의 제자 수십명이 초보자부터 최초 수준의 고수까지 무대를 빛낸 것이다.
특히 15년동안 정선화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운 한인석 원장(동대문구 아리랑국악원장)이 2003년 순천팔마고수대회에서 대명고수부 대통령상을 받은 이원태 고수(이원태 고법연구원 원장)와 함께 선보인 심청가 중 ‘심봉사 눈뜨는 대목’은 듣는 이들로부터 가장 많은 추임새를 받았다.
한인석 원장은 “(춘강 정선화 선생님에게)배운대로 불렀다”며 “(심청전의 시각장애인들처럼)우리 선생님도 눈을 떴으면 좋겠다”고 헌사했다. 이 대목에 이르자 관객들의 아낌없이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정선화 명창(서울지하철 5호선 종로3가역 5번 출구 인근 금빛교회 목사)은 ‘예수님은 왕이시다’ , ‘참포도나무’, ‘별이 되어’를 가야금병창으로 선보였다. 가야금병창은 이매란, 전신자, 김선희, 나숙현씨가 함께 했다.
정 명창이 지역서회서비스 차원에서 봉사하고 있는 강북문화원의 제자 김경아, 이정희, 김영자, 이제우, 한영옥, 한정숙, 이인숙,임청아, 백미숙씨가 ‘사랑가’와 ‘들국화’를 노래할 때는 정명창이 고수로 변신하기도 했다.
강경자씨는 수숭가 중 ‘고고천변’, 이정희씨는 수궁가 중 ‘초두’, 최기영씨는 춘향가 중 ‘쏙대머리’, 김선희씨는 심청가 중 ‘못허지야’ 배서윤씨는 심청가 중 ‘곽씨 부인 유언 대목’, 이매란씨는 가야금병창 ‘사랑가’, 전신자씨는 수궁가 중 ‘계변양류’ 등을 선보였다.
제자발표회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춤 ‘풍월도’였다. 이매란, 이국죽, 배서윤, 김선희, 최기영씨가 멋진 춤을 선보이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정선화 명창은 적벽가를 불러 판소리 고수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마지막 순서에서는 관객들과 함께 출연자 모두가 나와 동백타령과 홀로아리랑을 불렀다.
정선화 명창은 “한인석 고수는 제24회 목포국악경연대회 명고부 대상과 제13회 화순국악경연대회 명인부 대상을 수상하는 등 고수 부문과 소리부문의 기량이 모두 출중해 차세대를 이끌만한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날 사회는 주예능교회 담임 고영종 목사가 담당했다.
정선화 명창은 이날 자신의 이름을 딴 ‘선화선교예술단’ 발족을 알렸다. 정 명창은 오는 11월 10일 돈화문 국악당에서 6시간 동안 판소리 춘향가 완창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눈을 뜬 사람들도 하기힘든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지난 2016년 10월 27일 국민일보 주관 행사로 처음 시도된 바 있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