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삼성 이시준 은퇴 소감

입력 2018-01-20 20:03
이시준. KBL 제공

“잘하지는 못해도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삼성 썬더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던 이시준(35)이 은퇴 소감을 밝혔다.

2017-2018 프로농구(KBL) 정규리그 서울 삼성과 원주 DB 프로미의 경기가 벌어진 2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이시준의 공식 은퇴식이 열렸다. 이날 경기는 이시준 아들 시헌 군의 시투로 시작을 알렸다. 2쿼터가 끝난 뒤 하프타임에는 구단과 선수단이 준비한 감사패 및 선물 증정식이 진행됐다. 이시준은 “실력에 과분하게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지도자로 밑바닥부터 새로 시작해 다시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시준(가운데)이 2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가족, 선수단과 함께 은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L 제공

이시준은 2006년 KBL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삼성에 입단했다. 2016-2017 시즌까지 줄곧 삼성맨으로 활약했으며, 빠른 농구와 성실한 모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삼성의 전성기이던 2007-2008 시즌에는 6강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정규시즌 통산 400경기에 나서 평균 5.2점 1.5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은퇴 이후에는 삼일중학교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경기 후 취재진 앞에 선 이시준은 “10년이 넘는 현역생할 동안 집보다 더 자주 왔던 곳(잠실실내체육관)을 정장입고 오니 되게 낯설다. 이제 은퇴가 조금씩 실감난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선수생활을 오래했지만 지도자는 처음이다. 제가 가진 노하우를 어린 선수들에게 많이 전해주고 싶다.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지도자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선수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인지 물어봤다. 이시준은 “이상민 감독을 보고 농구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난 이 감독과 선수, 코치, 감독으로 인연을 맺고 함께 생활해왔다”며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농구선수 생활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시준의 아들 시헌 군(왼쪽)이 20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프로농구(KBL) 서울 삼성-원주 DB 경기에 앞서 시투를 하고 있다. KBL 제공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끼지 못한 것은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시준은 “지난 시즌이 우승할 좋은 기회였는데 챔프전 반지를 못 껴 너무 아쉬웠다. 최근 우리 팀이 성적이 안 좋았는데 지난 시즌 정상궤도에 올랐을 때 선수생활을 그만 뒀다.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팬과 가족에게도 ‘선수 이시준’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시준은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제 실력에 과분하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지도자로 변신해 다시 앞에 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아빠를 많이 못보고 자랐다. 이제 같이하는 시간이 많아질 것 같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